• 2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관 전시

박찬경 작가[현대차]

박찬경이 2019 국립현대미술관(MMCA)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전을 2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연다.

전시 담당인 임대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박 작가의 이번 '모임'전은 민중과 군중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다"며 "한목소리를 내는 공동체가 전체주의가 되는 경우도 있는 가운데 특정한 목적이 없이 따뜻한 연대감에 대한 대안적인 질문을 던진다. 권위와 전문가, 관습, 제도에 대한 작은 저항을 나타내면서 상상을 통해 다시 구성하고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전시가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설치된 작품들은 박 작가의 시각으로 보는 우리나라 미술사와 함께 미술관과 관련된 공사 영상, 굿 영상도 소개하고 있다. 전시 준비에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박 작가는 전시된 이응로 화백의 1982년작 '군무'와 관련해 "1980년 광주항쟁, 유럽의 68 시위 영향을 받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며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를 수묵화로 표현한 것이 놀랍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비롯해 ‘작은 미술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5전시실’ 등 총 8점의 신작과 구작 ‘세트’ 1점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한다. 작품은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작가 자신의 시각으로 작품들을 배치했다.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전시를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진다.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는 원전사고 피폭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작가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하는 일본 작가 가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를 소개한다. 이 작품과 ‘세트’(2000)를 나란히 전시해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 접점을 찾는 작가의 작업태도가 드러난다. 전시실 중앙에 펼쳐진 ‘해인’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마루 등으로 구성했다.

55분 분량의 영화 ‘늦게 온 보살’은 ‘석가모니의 열반’이라는 종교적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다. 흑백 반전으로 찍은 영화 장면은 후쿠시마의 방사능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산속을 헤매는 한 중년 여성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며 산을 다니는 여성을 교차시키면서 환경과 죽음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영상으로 해석된다. 

1대25 배율 축소모형 ‘5전시실’은 미술관의 관람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끌어내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지 묻는다. 모형의 아래에는 쇠로 만든 계단이 놓여 있다. 박 작가는 "군 정보사 건물이었던 건물의 아래에 벙커가 있었고 청와대까지 이어진다는 소문도 있어 계단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작가 1명을 지원하는 연례 프로젝트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에게 대규모 신작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박찬경은 이 시리즈의 여섯번째 선정 작가다. 2014년 첫해 이불을 비롯해 안규철(2015), 김수자(2016), 임흥순(2017), 최정화(2018) 등이 선정됐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23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박찬경은 사유형 작가로 제기하는 담론이 무게와 깊이가 있다"며 "시리즈가 안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찬경은 분단,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 등을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사진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65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다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시작으로 ‘세트’(2000), ‘파워통로’(2004~2007), ‘비행’(2005), ‘반신반의’(2018) 등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의 관계나 정치심리적인 관심 속에서 다뤄오면서 주로 사진과 비디오를 만들었다.

2008년 ‘신도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하는 장·단편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주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 ‘만신’(2013), ‘시민의 숲’(2016) 등으로 이어졌다. 작가로 활동하면서는 작가론, 미술제도, 민중미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전통 등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작가는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2011) 등을 수상했다. 기획한 전시로는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가 있다.

박찬경, 해인, 2019, 시멘트, 5×110×110cm(15), 20×110×110cm(1)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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