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집어삼킨 정치 불확실성..."숨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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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10-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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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홍콩시위 등 투자심리 '찬물'

  • 세계적 경기둔화 공포 맞물려 자산간 상관관계 높아져

  • 안전자산 선호 두드러지지만, 시장 모멘텀 바뀌면 손실

"말 그대로 숨을 데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새 물결에 직면했다며,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고 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주요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위험)로 무역 관련 불확실성을 꼽았을 정도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도 중대 변수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영국은 원래 오는 31일 EU를 떠나기로 돼 있었는데, 영국 의회의 반발로 브렉시트 시간표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맞은 탄핵 위기,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홍콩 시위사태,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시위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들로 꼽힌다.
 

[자료=policyuncertainty.com)]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지수화한 글로벌 경제정책불확실성(EPU)지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역대(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테러나 2003년 홍콩에서 불거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트럼프 당선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난 2016년 미국 대선 직후보다 불확실성이 더 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350.81을 기록한 지수는 9월에 323.23으로 떨어졌지만, 이는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지수를 창안한 이 가운데 하나인 닉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WSJ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과거 오랜 기간보다 분명히 훨씬 높아졌다"며 "저성장과 높아지고 있는 소득불평등의 유독성 결합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PU지수를 산출한 이들은 별도로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지수도 내는데, 분기 기준 지수가 올 들어 100까지 치솟았다.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2에 불과했다.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도피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됐다. 일부는 현금성 자산이나 금처럼 가치가 불변하는 자산에 몰리고 있고, 또 다른 이들은 급속한 경기악화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개 안전자산을 도피처로 찾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 성장세의 둔화와 맞물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자산간 상관관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자산들의 가격 등락 움직임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그랬다. 리스크온·리스크오프(위험자산 매입·매도), 이른바 '로로(RORO)' 현상이 번지면서 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리기 일쑤였다. 거시 경제나 뉴스에 호재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일제히 안전자산 대신 위험자산을 매입(리스크온)하고 반대로 악재가 불거지면 위험자산을 매도(리스크오프)해 안전자산을 매입하는 식이었다.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투자자들은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한 만큼 시장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 대대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에 대해 마이클 파커 번스타인리서치 아시아태평양 전략 부문 책임자는 "어떤 의미에서 지금은 말 그대로 숨을 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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