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DLS, DLF 사태가 계속되지 않으려면

이민지 기자입력 : 2019-10-20 18:37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불완전판매란 마뜩잖은 용어가 이제 낯설지 않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사태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은 판매자들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애초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될 일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험한 금융상품이라도 가입시켜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다.

조금 극단적일 수 있으나 과거 필자가 맡았던 소송의 사실관계를 조금 각색해서, 어떻게 위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되고 피해가 발생하는지, 투자자 보호장치들이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과정을 살펴봤다.

A씨는 당시 60세로 중학교 졸업 학력에 평생 저임금 노동자로 살았다. 은행예금과 자동차보험 외에 금융상품에 가입한 일도 없었다. 그런데 노후에 텃밭이라도 일구려고 샀던 토지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그 땅에 도로가 생기면서 덜컥 수용되고 만 것이다. A씨는 부재지주여서 수용보상금 3억원을 현금으로는 받을 수 없고, 채권(공채)으로 받아야 했다. 그런데 보상채권을 받으려면 증권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A씨는 처음으로 갑(甲)증권회사 지점을 방문했다.

직원 B씨는 증권계좌를 개설해 주면서 A씨에게 한 상품을 권유했다. 공채를 그대로 두면 손해이니 공채를 담보로 투자하는 상품에 가입하면 공채이자도 받고, 매월 1%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채권을 담보로 선물옵션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A씨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품이어서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A씨의 지인도 투자를 만류했다. 그리고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B씨였다. 지점 전화가 아니라 B씨의 개인 휴대전화였다.

A씨는 선물옵션은 위험한 것 같아서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B씨는 "A씨 지인이 잘 몰라서 그렇다. 일반적인 선물옵션은 위험하지만 이 상품은 금융공학 시스템으로 투자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내의 병원비 핑계까지 대면서 거절했다. 다음 날 B씨가 과일바구니와 서류를 들고 A씨 집을 찾았다. 그 상품에 이미 가입한 다른 사람들의 수익 내역도 보여줬다. 손해 없이 매월 200만~300만원씩 수익을 얻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결국 A씨는 상품에 가입했다.

B씨는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곳에 체크하라며 서류를 줬다. 투자성향을 조사한다는 설문지와 상품설명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서류였다. 그렇게 A씨는 노후를 위해 마련한 토지 보상금 3억원을 그 상품에 넣었다.

다음 날 다시 B씨가 전화를 했다. 곧 본사에서 전화가 갈 텐데 상품을 잘 모르는 직원이 형식적으로 묻는 것이니 그냥 ‘예’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얼마 있지 않아 앳된 목소리의 본사 직원 C씨로부터 전화가 왔고 B씨가 시키는 대로 ‘예’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C씨가 원금손실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들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B씨에게 지점번호로 전화해 물었다. B씨는 전화를 끊더니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 본사 직원이 이 상품에 대해 잘 모른다며,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손해볼 일이 없다고 했다.

다음 달 둘째 주 목요일 드디어 옵션 첫 만기가 돌아왔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A씨는 투자금 3억원 중 2억원을 잃었다. A씨가 가입한 상품은 사실 자동으로 로스컷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일일이 선물옵션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A씨는 갑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갑회사가 제출한 서류에는 A씨가 보았던 노란색 형광펜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노란색 형광펜은 흑백으로 복사하면 흔적이 남지 않았다. 갑회사가 전화통화 녹음 파일을 제출했으나 그것은 본사직원 C씨와의 통화뿐이었다.

회사 전화는 자동으로 녹음되지만 B씨와 휴대전화로 한 통화는 녹음되지 않았다.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들은 것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A씨가 작성한 서류들, 본사직원 C씨의 확인전화, 갑회사의 자동 전화통화 녹음 시스템은 모두 투자자 보호 장치들이었지만 B씨는 이를 모두 무력화시켰다.

B씨가 무리하게 투자권유를 한 것은 인센티브 때문이었다. 회사도 B씨의 행태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A씨는 소송을 통해 간신히 50%를 배상 받았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피해가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불완전판매로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도록 해야 한다.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갑회사가 입증하도록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갑회사가 A씨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입증책임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은 반대로 B씨가 휴대폰으로 한 말, 만나서 했던 말들을 A씨가 입증해야 한다. 이번 DLS·DLF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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