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앞두고 ‘건망고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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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0-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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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망고(芒果乾)=망국감(亡國感)' 중국어 발음 동일

  • "양안 통일하면 대만 망할것…'건망고' 먹어선 안돼" 중국위협론 고조

  • 中대만 판공실 "건망고=독주…민진당 선동에 청년들 놀아나선 안돼" 경고

망고는 대만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열대과일 중 하나다. 그런데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정치권에서 뜬금없이 말린 망고, '건망고'가 뜨거운 유행어가 됐다. 중국어로 건망고는 ‘망궈간(芒果乾)’이라 부르는데,  나라가 망한 슬픔이라는 뜻의 '망국감(亡國感)'과 발음이 똑같다는 연유에서다. 

논란의 배경은 이렇다. 최근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장기화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실패론이 불거진 가운데 대만에선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연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도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반중 여론 고조에 한 몫 했다. 중국과 통일하면 대만도 홍콩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부 반중 매체에서 중국과 통일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건망고'를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퍼뜨렸다. 건망고가 '망국(亡國)'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 여야 정치권에선 '건망고' 논쟁이 가열됐다.  이번 대선에선 연임에 도전하는 반중·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친중 성향의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 시장이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국민당 측에선 “건망고는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심고 길러 판매한 것”이라며 차이 총통 집권 후 대만이 위기에 처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맞서 민진당 측은 “망고를 심은 자(나라를 망친 자)가 건망고가 어디서 났는지를 모르냐”며 대만이 처한 어려움을 국민당 탓으로 돌렸다. 최근 대만은 경제가 악화하고 중국의 공세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설 자리마저 잃어가는 등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데, 이를 놓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인 것이다. 

급기야 중국 대륙도 건망고 논쟁에 껴들며 국민당 편을 들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 판공실 주임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건망고를 "‘녹색 피’가 흐르는 짐주(鴆酒:독술)"이라고 비유하며 이것이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간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만에서 민진당은 녹색, 국민당은 남색으로 상징되는 만큼, 사실상 민진당을 비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 주임은 "민진당이 건망고로 양안 대립을 선동하고 적개심을 조장해 대선에서 득을 보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만술에 대만 동포들, 특히 청년들이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한궈위 가오슝 시장[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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