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세단 시대…도요타, 美공장 'SUV 생산기지' 전환

박기람 기자입력 : 2019-10-10 07:41
美 조지타운 공장에 하이브리드 SUV 라인 추기 전문 엔지니어 고용…'라브4' 생산 확대 가속화 미국 신차 시장 47% SUV…세단은 30% 불과
자동차 시장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적 인기 모델인 세단에서 실용도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포함)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포스트 세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의 변화를 주목했다. 도요타는 전 세계 52곳에 있는 공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 공장을 기존 세단 생산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SUV'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조지타운 공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60만평 부지로, 면적만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의 10배가 넘는다. 이곳에서는 8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연간 완성차 60만대와 엔진 60만기를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1988년 5월 북미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며 중형 세단인 캠리(Camry) 생산 기지를 조지타운 공장으로 옮겼다. 공장은 캠리와 같은 수십만 대의 인기 차량을 조립하도록 설계됐다.

캠리는 첫 등장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장 미국적인 세단으로 불리던 포드의 토러스를 밀어내면서 '강호'로 등극한 캠리는 27년간 미국에서 베스트셀링카로 도요타의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조지타운 공장은 캠리로 상징되는 '세단 시대'를 이끌어 온 곳이다. 불황 직전인 2007년대에는 51만4590대를 기록하며 생산량의 정점을 찍었다. 2015년에는 공장에 캠리와 부품을 공유하는 고급 세단 '렉서스'(Lexus) 3차 조립라인을 추가하면서 연간 생산능력을 55만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호가 급변하기 시작하면서 공장의 생산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6년에 50만766대를 생산한 뒤로 단 한 번도 '50만대 생산' 기록을 깨지 못했다. 지난해 공장의 생산량은 총 43만224대에 머물렀다. 

도요타는 △세단 부문의 약세 장기화 △높은 공장 고정비용 대비 생산성 약화 등 내외부 요인을 겪으면서 '포스트 세단' 시대를 맞기 위한 대비에 돌입했다. 세단 시대의 막을 내리고 SUV와 경트럭 생산라인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조지타운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도요타는 지난해 전문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또 공장 내 3개 조립 라인 중 하나를 인기 모델인 '가스-전기 하이브리드 버전 SUV'로 개조시켰다.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결단이었다. 도요타는 조지타운 공장에 하이브리드 SUV '라브4(RAV4)' 생산을 비롯, 렉서스 ES 세단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추가하기 위해 2억38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1985년 이후 이 공장에 들인 투자액은 총 70억 달러에 이른다.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홈페이지]

◆자동차 트렌드, 세단→SUV로 재편…환경오염 등 우려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대세는 단연 SUV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UV는 미국 신차 시장의 47%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세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약 50%에서 30%로 떨어졌다.

이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소형·대형 SUV 모델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SUV를 세단과 대등한 형태로 변화시켰으며 차급을 초소형에서 대형까지 확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SUV 모델의 수는 2014년 70개에서 현재 96개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엔 108개, 2023년에는 149개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 들어 SUV 판매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먼드닷컴 조사를 보면 SUV 출고 후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5년 51일, 지난해 63일에서 올해 5월엔 71일로 늘어났다. 이는 세단의 79일과 맞먹는 수준이다.

리서치업체 LMC오토모티브 역시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3.2%가 증가한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했다.

존 머피 BoA 애널리스트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이 모델들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이익 프리미엄은 향후 3년 이내에 크게 떨어져, 결국 현재 마진이 아주 낮은 승용 세단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UV의 판매단가는 세단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어서 자동차업계의 생산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5월 중형 SUV 평균 판매 가격은 3만7790달러로, 중형 세단보다 거의 1만2000달러나 높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시 세단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WSJ는 SUV 시장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선 더 많은 차량과 더 좋은 딜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SUV가 더욱 저렴해지고 종류가 다양해져서 인기몰이를 할 경우에 생겨나는 또 다른 우려도 있다. SUV 판매와 덩달아 늘어나는 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이에 따라 SUV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하나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어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개발하는 분위기다. 세단보다 더 많은 매연을 뿜어내는 SUV도 예외일 수 없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SUV를 개발 중이다. 향후 미국 매출의 15%를 하이브리드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폴크스바겐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 미국 시장에 소형 플러그인 전기차 SUV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포드 역시 ‘익스플로러’나 'F-150' 같은 인기 차종을 하이브리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작 원가를 기준으로 대당 2000달러가 더 들어가고, 전기차를 만들려면 6000~1만 달러를 더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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