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제불능 돼지열병에 '돈육대란'...무역전쟁서도 꼬리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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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9-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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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고기 가격 방어전' 나선 中 지도부

  • 돼지열병, 무역전쟁에 1년새 돼지고기 가격 약 50%↑…사회 불안 우려도

  •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돼지열병 확대…아시아 '돈육대란' 우려

중국에서 '돼지고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가뜩이나 돼지 사육량이 줄어 공급이 부족한 데다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중국인들이 '주식'이라 불릴 정도로 즐겨 먹는 돼지고기 값이 1년 새 50% 가까이 뛰자 사회 불안을 우려한 중국 지도부는 돼지고기 공급량 증대를 ‘긴박한 정치적 임무’로 삼고 돼지고기 가격 방어에 발 벗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농업농촌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자연자원부, 생태환경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 6개 중앙부처가 지난 11일 일제히 나서 △냉동 돼지고기 비축물량 방출 △돼지고기 구매제한 △돼지농가 양돈 보조금 지원 등과 같은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광시자치구 난닝시는 이달부터 1인당 돼지고기 구매량을 하루 1㎏으로 제한하고 있다. 쓰촨·장시·저장 등지에선 아예 돼지고기 연간 생산량 목표치까지 세우고 돼지 사육량 증대를 장려하고 있다. 사육시설을 늘리는 농가에 최고 500만 위안의 보조금도 지원된다. 광둥성은 중추절·국경절 연휴기간 3150t의 돼지고기 비축물량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심지어 중국 관영언론을 중심으로 "돼지고기를 적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며 '돼지고기 덜 먹기' 캠페인까지 벌일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돼지고기 파동에 '결사항전'을 외쳤던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살짝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3일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해 부과하던 추가관세도 면제하고, 미국 대두와 돼지고기 구매 재개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

내달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지만,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돼지 사료에 쓰이는 수입 콩에 중국이 관세폭탄을 매기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돼지열병이 처음 발발한 이후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고삐 풀린 듯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6.7%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인 27%를 훨씬 웃돈 것이다. 돼지고기 값이 급등함에 따라 식품가격도 덩달아 오르며 소고기가 11.6%, 닭고기가 12.5% 각각 상승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하반기에도 중국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돼지열병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다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애널리스트를 인용,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연말까지 작년의 두 배까지 뛸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돼지고기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돈육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사실 중국인의 돼지 사랑은 유별나다.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에게 주식이나 다름없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서민들의 '식탁물가'를 위협해 민심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리스크로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무리 돼지 사육을 장려하고 있지만 돼지고기 공급량이 이른 시일 내에 대폭 늘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열병이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 중국 대다수 양돈 농가들이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돼지 사육량을 늘리는 데 회의적인 탓이다. 위캉전 중국 농촌농업부 부부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돼지열병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 파급력과 잠재적 위험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 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번질 정도로 거의 '통제 불능' 상태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7월 초까지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약 120만 마리 돼지가 살처분됐다. 중국 내 돼지 사육량이 7억 마리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약 0.2%에도 못 미치지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돼지열병 발병 및 살처분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국경을 넘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북한, 필리핀 등으로까지 번지며 아시아 전역에 '돼지고기 대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국내 축산가공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단기간에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특히 하반기부터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도 돼지고기 등의 수입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결론적으로 공급은 한정된 반면, 수요는 넘쳐나면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이고 돼지고기를 구할 수 없는, 구하더라도 양질의 돼지고기(단백질)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아시아 전역으로 돼지고기 파동이 번질 것으로 우려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돼지고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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