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면 해고, 인턴은 12시간 노동"…하이얼 '혹사' 논란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19-09-09 10:04
점심 때 낮잠 잔 직원 4명 해고, 사측 "규정대로" 일주일내 퇴사 압박, 인턴 이틀만에 그만두기도 무역전쟁에 경영난 가중, 근로환경 악화 악순환

[사진=신화통신]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낮잠을 잔 직원을 해고하고 인턴에게 하루 12시간의 노동을 강요하는 등 가혹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영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 민영기업의 현주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중국경제망과 21세기경제보도 등에 따르면 하이얼은 최근 직원 4명을 해고했는데 점심 식사 후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낮잠을 잤다는 게 이유였다.

하이얼은 지난 8월 27일 사내 커피숍에서 낮잠을 잔 직원 4명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일주일 내에 퇴사하라고 통보했다.

또 기한 내에 퇴사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는 해당 직원이 속한 팀에서 보상토록 했다. 퇴사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하이얼 직원들은 "점심 식사 시간이 30분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측은 순찰조를 구성해 점심 시간 중 직원들의 휴식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하이얼 측은 지난 6일 성명을 발표하고 "해고한 직원은 휴식 시간이 아닌 업무 시간에 낮잠을 잤으며 이는 1급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이얼의 제도와 규정은 법률에 부합하고 직원 대표와의 토론을 거쳐 제정된 것"이라며 "점심 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로 이 규정은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낮잠을 잤다는 이유로 경고도 없이 해고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헌법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중국 노동법은 근로 시간이 하루 8시간, 주당 평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주 1회 휴일이 보장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일과 중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대한 법규는 모호하다.

장쑤파더둥헝 법률사무소의 란톈빈(藍天彬) 변호사는 "기업의 휴식 시간과 점심 시간 등은 업종에 따라 각양각색"이라며 "정보기술(IT) 기업은 충분한 점심 시간과 완벽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대신 야근을 요구할 수 있고 노동 집약적 기업은 밥 먹을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얼은 인턴 혹사 논란에도 휩싸였다. 재학 중 하이일 인턴으로 재직한 다수의 학생들은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이 12시간이었고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이 나오면 14시간까지 일한 바 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턴은 "깨면 일하고 식사를 마치면 즉시 생산라인으로 복귀하는 게 하이얼의 일반적 상황"이라며 "과도한 노동에 지쳐 이틀 만에 퇴사한 인턴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백색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 관세폭탄을 맞아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무역전쟁 장기화로 중국 국영기업보다 민영기업이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사안도 민영기업의 경영난이 근로 환경 악화로 이어진 사례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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