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단통법 결말 궁금해진다

이소라 기자입력 : 2019-09-06 05:00

[이소라]

미국은 1920년 건전한 사회 형성을 목적으로 알코올 음료, 즉 술을 양조·판매·수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금주법’을 시행했다. 금주법은 뒷골목에서 밀주·밀매를 일삼는 갱단이 활개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일반 시민들은 무허가 술집을 이용하다 단속에 걸리거나, 가짜술에 속아 피해를 봤다.

금주법 때문에 오히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술을 사먹게 되자 시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단속이 어렵고 범죄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주법은 시행 10여년 만인 1933년 헌법수정으로 폐지됐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히는 금주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정부는 2014년 이른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시행했다. 소비자 간 휴대폰 지원금 차별을 줄이고,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혼탁해진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단통법에 따르면, 이통3사가 주는 공시지원금과 대리점 추가 지원금 15% 이외에는 모두 불법 보조금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통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술한 단속망 아래 불법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해 100만원 넘는 갤럭시S10이 ‘공짜폰’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불법보조금을 기다리는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예 대놓고 불법보조금 정책을 비교하며 음지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불법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불법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분도용, 계약오류 등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은 없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에 응하면 구제할 수 없다"고 뒷짐을 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통법 이전에는 발품을 팔면 내가 원하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데 지금은 불법보조금을 따져보고 다녀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에서는 2010년, 금주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극중 주인공인 너키 톰슨은 밀주장사를 하며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너키 톰슨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보드워크의 결말은 주인공의 죽음과 금지법 폐지로 끝을 맺는다.

‘소비자 권익 보호’ 의미가 실종된 단통법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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