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취재현장] 세종시 '한림개발 사건' 뇌물인가, 갈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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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19-09-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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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부/김기완 기자

세종시 산림골재 채취기업인 한림개발 사건이 공직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수년 간 돈을 뜯어왔다는 것이 한림개발 측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일각에선 뇌물 사건으로 해석하는 등 사건의 본질이 뚜렷하지 못하다.

한림개발은 합법적인 법인 사업체로 골재를 채취하는 기업이다. 인·허가 또는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는 기업이기에 굳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면서까지 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기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사건은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댓가로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업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는 것으로 본다면 분명 특혜 또는 불합리한 행정서비스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댓가는 없었다.

공무원은 일부 기자들 관리 차원에서 식사를 한다는 이유로 최하 3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300만원의 식사비를 받아내기 위한 조건은 한림개발이 기자들 관리를 못해 자신이 대신해서 기자들을 관리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이 시청을 찾아와 한림개발에 대해서 자꾸 묻는다는 것이 돈을 요구한 이유인데, 도대체 뭘 물었길래 기자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꾸짖고, 자신이 관리해 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예컨대, 정말 기자들이 한림개발에 대해서 물었다면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면 되는 문제를 왜 공무원이 막아섰는지, 굳이 자신이 막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골재사업장이기에 세륜기 설치, 환경보전법 등을 문제삼으며 접근해 사업을 방해한다던가 빌미로 돈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골재사업장은 환경에 취약한 조건이라서다. 문제가 있다면 행정처분을 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기업을 대신해 기자들을 관리해 준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는 현업에 종사하는 기자들을 분노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말 공무원한테 향응 접대를 받으며, 관리를 받아온 기자들이 있는 것일까. 다수의 기자들이 광고를 받기 위해 한림개발을 찾기도 했지만, 이중 일부 기자들은 이 공무원의 소개로 한림개발을 찾아가기도 했다. 기자들 관리를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공무원이 기자들을 사업장까지 보내 돈을 받아가게 한 것이다.

더군다가 이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 중 일부는 한림개발 대표 집까지 찾아가 겁박을 하면서 돈을 요구했다. 대표는 일부 대출까지 받으면서 요구한 돈을 만들어 건네주기도 했다. 공무원은 밤 늦은시간 집 앞 현관까지 찾아가 돈을 요구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밤 시간대 대표의 집을 찾아가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서워서 돈을 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대표의 설명이다. 왜 그렇게 무서웠던 것일까. 공무원과 사업자와의 관계. 이른바 갑·을 관계에선 공무원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사업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것은 뇌물 사건이 아닌 갈취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상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어디까지 밝혀낼지 두고 봐야겠지만, 뇌물이 아닌 갈취 사건으로 초점을 맞춰 수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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