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유학 비자용 신체검사료 비싼 이유, 15개 의료기관 담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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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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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촌세브란스·서울성모·하나로의료재단, 1년 새 14만원→30만원 검사료 인상

캐나다·호주·뉴질랜드·미국·중국 등 5개국에 대한 이민·유학 비자용 신체검사료가 비싼 이유는 바로 국내 의료기관의 담합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 대사관과 개별 의료기관이 협의하에 신체검사료를 책정하는 가운데 국내 의료기관들이 상호 경쟁을 회피하고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료 짬짜미에 나선 것이 공정위에 덜미를 붙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미국·중국 등 5개국에 대한 이민‧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신청자가 받아야 하는 신체검사의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한 15개 의료기관(17개 병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의료기관에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의료법인 하나로의료재단 △재단법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유지재단(삼육서울병원)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여의도성모, 서울성모) △부산대학교병원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 △재단법인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부산메리놀병원) △강원대학교병원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조선대학교병원) △혜민병원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 △사단법인 대한산업보건협회 △사단법인 정해복지(한신메디피아의원) △학교법인 대한예수교장노회총회고려학원(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등이 포함됐다.

이민‧유학 비자 신청자는 각국 대사관이 요구하는 검사 항목들로 구성된 신체검사를 각국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에서 받아야만 한다. 검사료의 경우, 대사관과 개별 은행이 합의해서 책정한다. 비자 신체검사료가 다른 유사서비스 가격보다 높아 민원이 제기되는 문제, 지정병원간 가격 차이로 인한 수검자 쏠림 현상으로 검사 결과의 정확성‧신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각국 대사관은 개별 병원들의 가격 결정에 관여한다.

이 같은 관행 속에서 대사관의 새로운 검사항목 추가 요구 등 신체검사료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경안을 대사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정병원들이 공동으로 가격 수준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등 담합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들 의료기관은 국가별로 △캐나다 2회(2002년 1월, 2006년 5월) △호주 2회(2004년 3월, 2006년 5월) △뉴질랜드 2회(2005년 11월, 2006년 5월) △미국 1회(2006년 5월) △중국 1회(2006년 5월) 등 검사료 담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촌세브란스, 서울성모, 하나로의료재단 등 의료기관은 뉴질랜드 비자 발급을 위한 신체검사료를 2005년 11월 기존 14만원에서 27만원으로 올린 뒤, 이듬해인 2006년 5월에는 30만원까지 올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의료 서비스의 한 분야인 비자 신체검사 영역의 수수료 결정 과정에 대해 최초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시정조치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비자 신체검사 분야가 검사대상 병원이나 수수료 수준에 대한 각국 대사관의 관여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의 수준으로 경쟁이 이뤄지지 어려운 점이 이번 결정에 반영됐으며 향후 소비자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비자 신체검사 수수료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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