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관련 부처에 문의하라"...​선만 긋는 외교부,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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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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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처가 답변 드릴 사안입니까?"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지난달 4일부터 일방적인 대(對)한국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러자 일각에선 '제3국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같은 제3국 중재위 설치 사안을 두고 청와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자, '한국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가 답변해야 할 사안이냐며 이같이 반문했다.

앞서 외교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경제보복을 감행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했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모든 대응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3국 중재위 설치에 관한 정부 입장을 묻는 물음에 외교부는 주무부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타 부처에 책임을 전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충분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는 공식 입장이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만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이 부당하다며,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해 맞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당시에도 외교부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서 결정해 공지할 것"이라고 했다.

부처 간 회의를 진행했을 것이고, 이 내용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에 외교부 당국자는 거듭해 "회의 주관 부처가 산업부다", "그쪽(산업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외교부의 '선 긋기'는 우리 영공이 침범당한 당시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논란이 됐을 때에도 관련한 질문에 "저희가 발표 드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국과 러시아) 외교 당국 간 접촉이 없었다'는 부연설명도 함께였다.

이쯤 되면 외교부가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일본발(發) 경제보복부터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외교 현안이 산적한 때다. 더군다나 헝가리 유람선 전복으로 다수 한인이 사망하고, 미국이 호르무즈 연합 호위체 참여를 요청하는 등 여러 사건·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과정과 결과와 상관없이 주무부처로서의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비로소 '외교부 패싱'이라는 단어가 잊혀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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