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여파...日 소재업체의 韓 '공급 마지노선' 단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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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8-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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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업체, 재고 쌓이면 생산량 줄여야…제품 단가도 낮아진다"

  • 한시가 급한 일본 소재업체…"규제 장기화땐 매출 급락 가능성"

수출규제 3대 품목[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으로 이어진 가운데 일본이 선제 기습이 되레 일본 소재업체의 대(對) 한국 '공급 마지노선'을 단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3개 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HF·에칭가스) 보관 기간은 통상 4개월가량인데, 수출규제 발표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로 수입 허가된 물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때문에 불화수소의 소재 특성상 일본 제조업체들이 최대 수요처인 한국 반도체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기한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일본의 '전략물자 관리' 명분에 부합하는 물질이라 조금 더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악의 경우 금수 조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규제 이후 현재까지 약 2개월의 보관 기간을 빼면 일본 업체에 남은 기간은 2개월 남짓이다.

불화수소 보관 기간을 초과할 경우 품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 제품 단가가 낮아지게 된다.

또한 수출이 정체돼 재고가 늘어나면 국내에 이를 보관할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다. 특히 불화수소와 같은 물질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당장 재고를 보관할 장소를 추가로 확보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결국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의 소재 업체는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수출규제 이후 처음 허가된 포토레지스트(PR·반도체 감광액) 물량이 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도 일본 소재업체의 다급함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배를 타면 며칠이 걸리니 비행기를 이용해 보관 시간에 따른 품질 변화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빨리 수출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일본 기업체들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불화수소는 포토레지스트보다는 보관 기간이 길지만,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여러 대안을 찾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몇 주간 일본 업체들이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에서 여러모로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생산이 가능하거나 우회 수출이 가능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일본 소재업체도 공급 안정성을 강조하며 반도체 업체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일본 소재업체인 TOK 관계자는 "한국의 대형 반도체 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추가 주문이 있을 경우에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우 불화수소 재고를 일정량 확보한 한편, 2∼3개월가량 소요되는 테스트 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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