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亞금융허브' 될까...中커촹반, 출범 한달 성적표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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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8-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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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 시작 후 4주간 상장사 주가 평균 상승폭 183%

  • 한달 새 상장사 3개 추가... "올해 빠르게 늘어날 전망"

‘183%’.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사의 4주간 평균 상승폭이다. 지난달 22일 정식 거래를 시작한 커촹반이 정식 출범 한 달을 맞았다. 다수 중국 언론들은 커촹반의 그간 성과를 평가하며 향후 전망을 내놨는데, 적어도 올해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하이가 커촹반의 성장에 힘입어 홍콩을 능가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 초반 ‘롤러코스터’ 장세 주목··· “올해 상장사 주가 상승 이어질 것”

지난달 22일 상하이거래소에서 공식 출범한 커촹반은 개장 초반, 상장 기업들의 롤러코스터 장세로 이목을 끌었다. 첫날엔 모든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상장한 25개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40% 뛰었으며, 일부 종목 주가는 장중 최고 52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 대부분의 주가가 급락했다. 25개 종목 중 21개가 하락 마감한 것이다.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열차제어 시스템 개발업체인 중국퉁하오(中国通号)로 전날보다 18% 이상 하락했다. 전날 공모가 대비 네 배 폭등했던 반도체 소재 제조기업 안지커지(安集科技)의 주가도 9% 가까이 떨어졌다.

이 같은 급등락세가 거래 첫 주 내내 이어지면서 커촹반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커촹반 기업들의 공모가가 비교적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이었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를 넘는 주식은 고평가됐다고 보는데, 커촹반에 오른 25개 기업의 공모가 기준 PER은 평균 50배에 달했다.

그러나 거래 시작 5일 후부터 하루 등락폭을 20%로 제한하자, 대다수 종목들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 커촹반의 지난 한 달 성적표는 매우 우수하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8월 16일을 기준으로 커촹반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는 4주간 평균 183% 올랐으며 이 중 10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200%를 넘었다. 총 거래액은 5300억 위안(약 90조4300억원)에 달했다.

종목별로는 거래 첫날 152위안이던 안지커지의 주가가 20일 마감가 기준 166.65위안까지 올랐고, 푸광(福光) 주식은 40위안에서 82.7위안, 난웨이의학(南微醫學)은 113.02위안에서 124.16위안, 신마이의료는 142위안에서 153.52위안으로 뛰었다.

상장 기업도 늘었다. 거래 시작 당시 25개에서 웨이신바이오(微芯生物)·징천(晶晨)주식·바이추(柏楚)전자과학 등 3개 기업이 추가됐다.

곧 추가되는 상장사도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베이징 ABT네트웍스가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로부터 커촹반 상장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구체적인 상장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협의를 끝내면 곧바로 상장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일보는 “현재 커촹반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6832억 위안(16일 장 마감 후 기준)”이라며 “투자자들의 시장 유입 증가로 시가총액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증권일보는 “커촹반이 출범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단기적 투자 수익을 원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하이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한동안 커촹반 상장 기업들의 지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7월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커촹반 설명회에서 이후이만 증감회 주석(왼쪽부터), 류허 부총리, 리창 상하이 서기, 잉융 상하이 시장 등이 커촹반 출범을 알리고 있다. [신화통신]

◆커촹반 활약, 상하이시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울 것

커촹반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상하이가 이에 힘입어 홍콩을 넘어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잡을 것이란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기술 기업이 홍콩 주식시장이 아닌 커촹반을 선택하면, 홍콩 증시와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커촹반의 상장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2020년까지 상하이를 '국제 금융중심'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실현하고 기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실제 커촹반은 허가제가 아닌 주식등록발행제가 적용됐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 예정기업들의 상장주기는 6~9개월로 단축됐으며,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 아직 수입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업의 기술력과 연구개발이 있다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해주겠는 의미다. 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도 허용한다.

무엇보다 커촹판 상장신청 기업이 공모가격을 결정할 때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하는데, 이때 밸류에이션 상한선이 없다. 지금까지 중국은 IPO 때 PER의 상한을 23배로 제시하고 있었다.

다만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중국 증시에서 상장폐지는 위험 경고, 잠정정지, 폐지 순으로 진행됐지만 커촹반의 경우 상장폐지 경고 후 바로 상장폐지된다.

전문가들은 완화된 상장 기준이 커촹반의 규모를 빠르게 키울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올 하반기에 162개 기업이 커촹반에 상장해 164억 달러(약 19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상하이시도 커촹반 키우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말 상하이시는 창업투자와 커촹반 등 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창업투자와 각종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투자 대출 등 금융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한 업계 전문가는 “8월 들어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커촹반 이탈이 눈에 띄었다”며 “신용거래와 개인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용거래를 통해 커촹반 지수에 유입된 투자자들은 언제든 시장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커촹반의 단기적 급락 가능성도 커졌다”며 “최근 커촹반 투자자들의 회전율이 하락한 모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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