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불안에 자금 해외 이탈 가속화...아시아 금융허브 위상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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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8-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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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시위 11주이상 이어져..부동산 가격 하락·주식시장 혼란

  • "시위 이후 홍콩서 자금 유출 비율 급등...해외로 빠져나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11주째 이어지자 홍콩 내 자금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에 따른 것으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홍콩 일부 기업과 개인들 중 일부는 홍콩달러를 다른 통화로 바꾸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컨설팅업체인 란타우그룹의 파트너인 새라 페어허스트는 "홍콩 시위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져 지난주 20만 홍콩달러(약 3089만원)를 영국 파운드로 환전했다"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내 돈이 이곳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사무실 근처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홍콩 내 개인과 중소기업들의 해외 자금 이전을 돕는 트랜스퍼와이즈도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에서 해외로의 송금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홍콩서 일정하게 자금이 유출되고 유입됐지만 시위 이후로 유출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8월 기준 홍콩으로 자금 1달러가 유입될 경우 유출된 금액은 2.64달러 수준을 보였다. 트랜스퍼와이즈 측은 정확한 송금액 공개를 거부하면서도 홍콩에서 이탈한 자금이 영국,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국가의 계좌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최근 11주간 계속된 시위로 홍콩 곳곳이 마비된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은 홍콩의 경제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시위로 관광객이 줄면서 홍콩의 소매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탓이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이어지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신호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증시의 가치가 약 5000억 달러(약 605조9000억원) 급감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 중 10분의 1이 2달여만에 증발한 셈이다.
 
이에 홍콩의 자치권과 기본적인 자유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자금을 해외로 옮기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데바다스 크리슈나다스 싱가포르 컨설팅회사 퓨처뮤브스 대표는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 등 일부 고객들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해 개인 자금과 투자 자본을 홍콩 밖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것은 자본"이라면서 "직원과 사무실을 옮기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도 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수석 아시아 외환전략가는 미국 달러 대비 홍콩 달러 환율 약세는 우려스러운 자본 유출 징조라면서 홍콩 증시 하락하는 것도 일부 투자자들이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든 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홍콩 사태로 인해 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홍콩 달러 환율은 페그제(고정환율제도)로 1983년 이후 1달러 대비 7.75~7.85홍콩달러 사이에서 고정돼 있다. 최근에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지난 16일 기준 홍콩달러가 7.8399달러를 나타내 페그범위의 상단까지 올라섰다. 앞으로 사태가 악화될 경우 홍콩의 페그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WSJ은 자본 유출에 관한 포괄적 공식 집계치가 수개월의 시간차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당국의 입장을 크게 신뢰할 수 없다면서 현재는 이러한 자금 유출 움직임이 작은 규모일 수 있지만 일부 홍콩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 통화로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내 자금 흐름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홍콩 통화 당국은 WSJ에 "최근 통계자료와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홍콩달러가 눈에 띄는 수준으로 유출되지 않았다"며 페그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외부 우려와 달리 통화제도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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