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최기영 후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반도체 강국 장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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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8-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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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자세미나에서 최 후보자가 뉴로모픽 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KIST 제공]

[데일리동방] 반도체 전문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기초연구 도약의 적임자로 불리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낮지 않아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16일 잠정 합의했다. 시선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쏠려있지만, 최 후보자 역시 검증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검증 목록은 재산 형성 과정과 부실학회로 압축된다. 최 후보자가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모친과 자녀 등을 합쳐 106억여원에 이른다. 지난 9일 개각에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는 물론 역대 과기부 장관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자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그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보유한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부인 명의 경기도 부천 공장과 부지는 50억원으로 재산의 절반 수준이다. 3억원 상당의 서울 동교동 상가 등도 있다. 후보자 측은 아파트 하나는 부모님을 모시는 용도로 매입했고, 공장 부지는 처가 쪽에서 증여받았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는 부인 명의 공장 부지 관련 증여 과정을 물을 전망이다.

과거 제자 한 명과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부실학회로 의심되는 국제학술대회에 발표됐다는 의혹도 있다. 최 후보자는 자신의 잘못이지만 당시 학회 검증 체계가 없었다고 소명했다.

최 후보자가 개각 명단에 오른 이유는 일본 무역 보복 이후 반도체 전문가가 필요해져서다. 최 후보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구하는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센터장이다. NPRC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2017년 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 등과 함께 개설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에 최적화한 뉴럴프로세싱(신경망처리)을 연구한다. 뉴럴프로세싱은 AI 분야 핵심 기술로 불린다.

1955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최 후보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성사(現 LG전자)와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업 케이던스사에서 근무했다. 199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저전력 반도체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학계와 업계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그가 장관직 적임자로 주목받은 배경에는 인품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최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주민 동의를 모아 자비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아준 미담의 주인공이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가장 어깨가 무거운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복절에도 주변국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은 일본은 28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조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보고서를 내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주요 공정 소재 규제 영향력이 높아 첨단 산업 위주 견제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한국의 일본 소재 수입 의존도는 실리콘 웨이퍼 52.8%, 블랭크마스크 65.5%, 에폭시 수지 87.4%에 이른다. 대일 순수출적자와 기술무역 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소재와 기계분야 내 중소기업 지술자립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관측이다.

과거사를 미화하며 뒤틀린 역사관을 보여온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한국은 기초소재 국산화 과제가 시급해졌다. 최 후보자는 지난 12일 소재와 기술 자립 역량을 위해 연구개발(R&D) 과정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 규제 대응책이 아닌 국가 미래 대전환을 위한 과학기술, 정보통신 정책 쇄신도 다짐했다.

국내 이통사들이 세계 최초 상용화한 5G 산업 전략 계승은 물론, 6G 표준과 상용화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이동통신 발전 속도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짧아지고 있어 6G 준비는 지금이 적기라는 조언이 학계에서 나온다.

상황이 엄중하지만 장관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 후보자가 정권이나 장관에 상관 없는 정책 일관성 유지를 강조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진다. 기초연구 경진대회 상금이 약속과 달리 반토막 나는 현실에서 기초기술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에 말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열쇠는 기초기술이다. 장관이 문 열려면 국회와 정부가 열쇠를 쥐어줘야 한다. 국민들은 최 후보자가 손잡이를 돌릴 수 있을 지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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