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 46. "내가 소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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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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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숨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일본군 위안부 김복동 증언집)'

# "너는 아무도 없지 않니." 그 말이 나를 아무도 없는 사람으로 살게 했어. 나 자신도. 큰 언니는 발을 끊고 나는 큰 언니가 벗어주고 간 블라우스를 입고. 꿈에 언니들도 간혹 나와. 내가 언니들 보고 그래. 나타나지 말라고. 언니들이 나를 보고 달아나.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김숨∙현대문학)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은 '위안부 기림의 날'입니다. 1991년 이날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졌습니다. 그 후로 거의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1992년 1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처음 시작한 수요집회는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절 전날 열리는 이번 수요집회가 무려 1400번째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범죄 사실을 부정할 뿐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진실을 가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 단체가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전시된 소녀상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찔리는 게 많은지 소녀상에 특히 예민하게 굽니다. 실제 과거에도 한국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밀실 협상하면서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소녀상 철거를 놓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내가 소녀상이다' 퍼포먼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 조각가 로자리아 이아제트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치트리엔날레 검열에 항의하는 평화의 상(像)"이라며 여성들이 빈 의자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작은 소녀상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살아 계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스무 분에 불과합니다. 이분들의 시간 역시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더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표현의 부자유' 전시 팸플릿 품은 소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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