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권, 반일 조장 분위기와 막말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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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9-08-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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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무역갈등 국면에서 정치권의 막말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선거철 단골소재인 색깔론이 갑작스레 등장하는가 하면 ‘벙어리’, ‘셀프왕따’ 등의 원색적인 단어들을 상대 진영을 향해 퍼붓고 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일보 총리를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태 속에서 대안과 대책 마련보다는 정쟁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경제적 맞대응을 사실상 잠정 유보하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공세는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한·일 경제전에 임하는 황 대표의 자세가 색깔론에 입각해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 국민을 호도해 경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단호하게 대처하는 데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공방을 벌이는 행태들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최근 광화문과 명동, 청계천, 을지로 등 서울 도심 지역에 일본 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 재팬(No Japan)’ 배너 깃발 1100여개가 일제히 내걸렸다가 반나절 만에 철거되는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덩달아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반일·극일 움직임은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나온 조바심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정치·외교적인 해법으로 풀어야지, 애국심을 자극하는 ‘말 공세’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대책들도 강경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도쿄 여행 금지 검토, 도쿄 올림픽 보이콧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될 경우, 우리 측의 피해가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승자도 만만치 않은 내상을 각오해야 된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숨고르기 상태에 들어간 한·일 관계가 하루아침에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역할은 피해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과 사태의 조속한 마무리를 돕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경기평화나비네트워크와 경기청소년평화나비 회원들이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일본 아베정권 규탄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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