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시장 급락에 中반격까지"..트럼프 대중 추가관세, 자책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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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8-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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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참모 만류에도 대중 추가 관세 강행

  • 뉴욕증시 곤두박질 치고 경기 둔화 우려 증폭

  • 中, 포치 용인에 美농산물 구입 중단으로 반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 주요 참모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을 겨냥한 추가 관세 조치를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관세를 더 휘두르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기대와 정반대로 흐르는 모습이다. 뉴욕증시가 곤두박질쳤고 중국은 반격을 시작했다.

◆"나만 믿어"..참모 만류 뿌리치고 대중 추가 관세 강행한 트럼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상하이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깊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1일 오하이오주 재선 유세에서 농민 유권자들에게 중국의 농산물 구입 확대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휴전협상을 깨고 다시 관세폭탄을 꺼내든 이유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주 백악관에 모인 참모진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방침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중 무역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뿐 아니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어 무역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추가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유일하게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만 추가 관세에 찬성했다고 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이 협상 우위에 있으며, 관세야말로 상대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무기라는 믿음을 거듭 드러내왔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근 11년만에 0.25%포인트 내리며 통화부양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일부 뒷받침했을 것이라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이게 아닌데.."..금융시장 요동·경제 둔화 우려에 中 반격까지

그러나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백악관 참모진이 우려하던 상황과 더 닮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적인 경제 성과로 내세우던 미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무역전쟁 공포가 재부상하면서 1~2일에만 390포인트(1.5%) 가까이 주저앉았다. 5일에도 다우지수 선물이 3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급락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 둔화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안 그래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1분기 연율 3.1%에서 2분기 2.1%로 둔화됐다. CNBC는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14% 갉아먹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게다가 추가 관세로 수입물가가 높아지면 미국 경제에 60% 넘게 기여하는 소비를 옥죄면서 경제 둔화가 훨씬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강경한 노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빗나간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방침에 중국 상무부는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맞아받치면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 중국이 위안화 하락을 용인하고 국영 기업들에게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방식의 맞불 작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5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현실화했는데, 사실상 중국의 보복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티 탄 호주국립은행 시장전략가는 "역외·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선이 뚫린 것은 미국의 추가 관세폭탄에 대한 중국 측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현재 중국 국영기업들은 당국의 요구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 상태로 향후 무역협상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으로 미국에 성의를 표시하던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예고에 등을 돌린 셈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대신 브라질산 대두 등의 수입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기업들은 또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크레이그 앨런 미중기업협회 회장이 지적했다. 미국 기업에 강도 높은 규제를 부과하거나 사업 허가나 승인을 늦게 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이 경우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돼 미국 증시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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