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한달] ​커지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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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장승주 기자
입력 2019-08-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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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칙 등 보충적 원칙으로 민법 법리 허물어”

  • 사법적 판단에 정치상황 고려할 수 있는지

일본 경제보복을 촉발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비판이 주로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26장 분량의 게시물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자신이라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고들이 주장을 관철하려면 소멸시효, 법인격 소멸, 기판력 승인이라는 엄청난 장애를 넘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은 이런 장애 요소에 대해 신의성실·권리남용·반사회질서 등의 법리를 통해 제거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신의칙과 같은 보충적 법원칙으로 소멸시효, 법인격 법리, 일본 판결의 기판력이라는 일반적 법원칙을 너무 쉽게 허물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이런 법리 남용은 그 하나의 사건에서는 법관이 원하는 대로 판결을 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민법의 일반조항들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신의칙은 우리 법에서 중요한 법원리로 자리를 잡았다”며 “당사자 입장에선 권리 주장이 가능한 시점부터 소멸시효 기산점을 생각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개인들이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우리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군부 독재가 계속된 상황에서 이들에게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김 부장판사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일본의 통상보복’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강 부장판사는 “양승태 코트(사법부)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며 “(이는) 대표적 사법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전직) 대법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삼권분립상 사법부 판단을 한국 정부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는 대응 방식은 대외적 외교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 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민구 부장판사의 글은 사법적 판단에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사법적 판단에 정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고 전부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런 글이 남겨지고 언론에 인용되는 건 결코 사법부 신뢰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글 끝부분을 보면 정치 상황과 정부의 필요성 고려를 강조하고 있다”며 “삼권분립이 돼 있으니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가며 재판하는 건 있을 수 없다. 판결이 이뤄진 뒤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 중 법리적 부분이나 수용할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판결 선고 전부터 정치적 상황을 적극 고려한다는 것 옳지 않은 태도”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판결은 법관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합리적 판단과 해석을 전제로 한다. 양심이라는 것은 결국 주관적인 것이어서 법관마다 해석과 관점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사법적극주의·사법소극주의 논란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관들이 더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어느 정도 이견을 조율했다면 지금보다는 논란이 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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