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英유조선 나포에 중동 긴장 고조..핵합의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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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7-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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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나포 장면 담은 영상 공개..英·유럽 '강력 반발'

  • "중동 전쟁 발발 시 국제유가 150달러까지 뛸 수도"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전선이 이란과 미국에서 이란과 유럽까지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이란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하루 전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Stena Impero)' 호를 나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유조선 주위를 무장한 혁명수비대가 둘러싸고, 헬리콥터에서 복면을 쓴 혁명수비대 대원이 로프를 타고 유조선으로 하강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국은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를 "적대 행위"로 규정하는 한편 "신중하되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스테나 임페로호 나포는 최근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긴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갈등 수위를 끌어올릴 중대한 도발이라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압바살리 카드코다에이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 정부의 올바른 행동은 불법적 경제 전쟁과 유조선 억류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경제 제재 및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에서의 이란 유조선 나포에 대한 대응 조치임을 시사했다. 

이란과 영국의 유조선 갈등은 안 그래도 위태로운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후 경제적 고립 위기에 놓인 이란은 유럽의 핵합의 서명국(프랑스, 독일, 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요구하면서 핵합의 사항을 단계적으로 위반하는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란의 추가 도발에 유럽은 일제히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 외무부는 20일 성명에서 선박과 선원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걸프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마야 코치얀치치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대변인은 "안 그래도 긴장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추가 긴장을 초래하고 현재 긴장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빨간 표시가 페르시아 만 [사진=구글지도]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군사대응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을 강조했지만 긴장 전선이 확대되자 외신은 이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질 시나리오를 가정하기 시작했다.

18일에도 미국과 이란은 유조선 억류와 드론 격추 등 전쟁을 방불케하는 위협 행위를 주고받은 바 있다. 또 미국 국방부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군 병력 배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란과 갈등이 커지면서 미국은 중동 지역에 대한 병력 증강을 다시 추진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페르시아 만을 둘러싸고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보험 비용이 급증하고 에너지·은행 인프라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공격이 제한적인 경우 국제유가는 80달러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19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 9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63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동 전쟁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경제국으로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 인도, 한국이 꼽혔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인도의 경우 유가가 10% 높아질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4%씩 늘어난다고 도날 바르마 노무라홀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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