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지연 총괄본부장 “유럽 1위 신발·멀티숍 40년 유통 노하우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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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7-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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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연 JD스포츠 총괄본부장 아주초대석①

  • 전시부터 판매까지 과학적 유통 시스템 강점

  • 신발 위주 제품군 의류까지 확장 매출 신장

  • 핵심상권에 체험형 매장 두고 온라인 구매 유도

  • 국내론칭 1년만에 연매출 1000억원 달성 눈앞

“베이비들~ JD스포츠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아이템이) 다 있어요.” 최근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 매장털기편에서 난리난 브랜드가 있다. ‘JD스포츠’가 그 주인공. 슈스스TV는 ‘패피(패션 피플)’라면 누구나 구독하는 채널이다. 그중에서도 매장털기는 한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매장에 방문, 소위 ‘힙한’ 브랜드만 출연할 수 있다.

JD스포츠는 영국에 본사를 둔 유럽 1위 의류·신발 멀티숍이다. 1981년 영국 맨체스터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등 총 18개 국가에서 1250개 이상 매장을 운영, 3만212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약 5조원(영업이익 4800억원)을 달성했고 매년 25%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아주초대석] “JD스포츠코리아, 한국형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성공비결”>

JD스포츠는 이미 패피들 사이에서 ‘직구템’으로 유명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JD스포츠코리아가 처음 한국에 진출하면서 더 이상 직구 없이도 바로 살 수 있게 됐다. JD스포츠코리아는 국내 멀티숍으로는 후발 주자지만, 다른 멀티숍이 갖지 못한 영국 본사의 소싱(대외구매) 능력으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기존 국내 멀티숍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의류와 신발 비중이 50대 50으로, 특히 의류 비중이 높다. 또 나이키, 아디다스에서도 구할 수 없는 ‘Only at JD(JD스포츠 독점 상품 라인)’와 프리미엄 라인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했던 주요 슈즈 멀티숍 브랜드들은 JD스포츠가 한국에 진출하자, 벤치마킹과 동시에 잔뜩 긴장했다. 특히 국내 업계 1위인 ABC마트는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ABC마트는 프리미엄 매장인 그랜드스테이지 매장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기존 신발 위주였던 제품군을 의류까지 확장했다.

지난 12일 JD스포츠코리아 1호점인 강남점에서 만난 박지연 JD스포츠코리아 총괄본부장(Vice President·37)은 이런 추세에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박 본부장은 “여러 군데서 JD스포츠의 사업 모델을 많이 베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궁극적인 것까지는 따라할 수 없다”면서 “JD스포츠가 4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만든 과학적 시스템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왜 그러는지 모르고 따라할 경우 스스로 괜히 자존심만 상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연 JD스포츠 총괄본부장이 20일 JD스포츠 강남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

◆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40년 유통 노하우 축적 시스템

박 본부장은 안영환 슈마커 대표와 함께 한국 JD스포츠를 총괄하는 업계 최연소 여성 수장으로, JD스포츠를 한국에 데려온 주인공이다. SK네트웍스와 SK홀딩스 ‘투자·전략’ 파트에서 주로 일했던 박 본부장은 2017년 8월 ‘슈마커’로 옮겼고 JD스포츠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JD스포츠코리아는 슈마커 지분 50%와 영국 JD스포츠 지분 50%를 투자해 만든 합작 회사다.

사실 박 본부장 역시 JD스포츠를 한국에 들여올 때 고민이 많았다. 신발 멀티숍에 의류를 취급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업계에 정설처럼 있었기 때문. 그 역시 SK네트웍스 소비재 및 패션사업부문에서 근무할 당시 신발 멀티숍으로 중국에 진출해 본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위험한 도박을 시작했다. 남들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차별화 포인트로 살려 의류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 무엇보다 40년 노하우가 있는 JD스포츠를 믿었다. 

JD스포츠는 주문부터 전시(디스플레이), 고객 노출, 판매 정보를 다시 오더에 녹이고 트렌드를 연구하는 모든 것을 과학적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대충 ‘감’으로 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가령, 전시를 할 때 어떤 사이즈가 맨 앞에 걸려야 하는지, 한 행거에 몇 개의 옷걸이가 걸려야 하는지, 1m단위로 어떤 신발이 걸려 있는지, 이에 대한 실적은 어떻게 되는지 등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수치를 바탕으로 운영한다.

JD스포츠코리아를 론칭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 박 본부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한번 정착하면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란 걸 확신한 게 결국은 맞았다”고 안도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유례없는 경쟁으로 영국인들이 ‘상상도 못했다’고 놀랄 만큼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한 나라”라면서 “어떻게 보면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모노샵이 다른 나라보다 발달한 데다가 온·오프라인 가격차도 크고, 임대료마저 천정부지로 솟는 등 사업에 대한 장애가 많은 반면 유통업계 특성상 마진이 박하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뿌리를 내리기 힘든 땅이라는 것이다.

◆온라인팀에 최다 인력, 핵심상권에 체험형 대형 매장…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목표

단순 신발 멀티숍을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JD스포츠는 온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무신사’, ‘힙합퍼’ 등까지 경쟁상대로 여기며 온라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신발 유통처럼 장치 산업에 많은 돈이 부여되고 포텐이 터지지 않는 사업은 없기 때문에 신발만 보고는 절대 JD스포츠로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반면 온라인만 있는 회사는 확 불타오르지만 언제 꺼질줄 몰라 불안정한 게 단점인데 JD스포츠처럼 탄탄한 리테일을 기반으로 한 상황에서 온라인을 붙이면 절대강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직 운영을 할 때도 온라인에 가장 우선순위를 뒀다. JD스포츠코리아에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곳은 온라인팀이다. 신상품을 배분하거나 운영할 때도 온라인을 최우선으로 둔다. “온라인을 오프라인에서 팔다 남은 재고를 처리해주는 서브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메인 채널로 두자”고 항상 직원들에게 당부한다. 또한 JD스포츠는 타사처럼 무작정 출점 전략에만 몰두하지 말자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핵심 상권에 100평 이상의 체험형 매장을 두고, 온라인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따라서, 현재 16개인 매장을 올해 말까지 4개만 더 늘릴 예정이다.

론칭 1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JD스포츠코리아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목표다. 지난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데 힘을 쏟았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시에 수익을 거두는 데도 집중할 방침이다. 그는 “고객들이 이젠 너무 똑똑해졌다. ‘저 회사가 나한테 물건을 팔려고 저러는구나’라는 인상을 주면 도망을 가버리고, ‘나는 너한테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니야’라고 하면 와서 산다. 이제 우리는 과잉시대 아니냐. 운동화가 없어서 사냐, 있는데 또 사고 싶어서 사는 JD스포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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