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독립투사들의 '한 끼'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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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7-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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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금융이 재현한 일제시대 독립운동 영웅들의 밥상


서울 종로구 파고다 공원 일대는 가난한 할아버지들의 천국이다. 근처 교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안주 삼아 길가든 주차장이든, 아침이든 점심이든 시간·장소 불문, 소주와 막걸리를 들이킨다. 인근 편의점에서는 소주, 막걸리가 다른 곳보다 5배 이상 더 많이 팔린다. 2천원 소문난 국밥집 갈 돈 아껴 ‘박카스 할머니’들 손을 잡는다.

그런데 이 일대에서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 있다. 낙원상가 뒤편 익선동은 2~3년 전부터 트렌디한 음식점과 와인바, 디저트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핫’한 지역이 됐다. 이 '핫플'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음식점이 생겼다.

딱 한 달만 문을 여는 ‘독립료리집’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과거 독립투사들이 먹었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이다. 오픈한지 15일, 남은 기간 15일인 3일 오후 4시 50분쯤 이미 가게 앞은 줄 선 대기자 15명이 진을 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100년만에 되찾은 식탁
정각 5시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1920~30년대 음악들이 손님을 맞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음악포털에서 고전가요 30여곡을 찾아 무한반복한다고 했다. ‘에레나가 된 순이’(한정무), ‘사의 찬미’(윤심덕), 님생각(신카나리아), 감격시대(남인수) 등이 흘러 나왔다.

벽에는 유관순 열사,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투사들의 개인, 단체 사진들이 빽빽하다. 테이블 사이 포토존에서는 일제시대 대학생 교복, 신여성 옷을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메뉴를 보니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의 사연을 실제로 고증했거나 상상력을 발휘한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백범 김구 선생이 5년 동안 일본군을 피해 다닐 당시 간편식으로 드시던 대나무잎 주먹밥 ‘쫑즈’. 간장 양념을 한 찹쌀밥 안에 닭고기가 보일락 말락, 너무나도 소박한 음식이다. 키 180㎝, 기골이 장대했던 청년 백범에게 한 끼 식사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을 듯 하다.

여성 동포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강조했던 지복영 선생이 평소 즐겨 드시던 중국식 파전병 ‘총유병’도 먹어봤다. 고르곤졸라 피자처럼 얇고 바삭한 식감, 파가 듬뿍 들어간 전병 위에 닭고기를 올려 돌돌 말아 묽은 간장에 찍어 먹었다. 서양과 동양의 맛이 절묘하게 결합된 느낌이다.

홍샤오로우는 임시정부요인들에게 오건해 선생이 대접했다는 돼지고기 요리인데, 청경채와 곁들여 먹으니 동파육과 비슷한 맛이었다. 광복군들이 만주의 거센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기름진 삼겹살 부위를 오랜 시간 쪄낸 정성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이외에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먹었다든 돼지고기 튀김 ‘꿔바로우’,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해외 각지에서 독립투쟁을 지원했던 재미동포들이 드셨던 ‘대구무침’ 외에도 납작두부볶음, 더덕 고추장구이, 김치찜 등 모두 10가지 음식을 판매한다.

◆‘희망의 100년’ 캠페인
이 식당 아이디어는 신한금융그룹이 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 한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들을 알리고, 더 나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Hope. Together. 함께 시작하는 희망의 100년’ 연중 캠페인을 의욕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매월 독립투사들을 소개하는 광고 캠페인도 진행해왔다. 특히 신한청년당 이동녕, 황기환 선생 등 그간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영웅을 발굴해 알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많은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독닙료리집 공식 오픈 하루 전인 6월 18일에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시식행사를 열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희망재단 이사장은 이날 "수많은 독립 영웅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 따스한 한 끼를 나누며, 그 분들의 헌신과 열정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 이 식당은 프렌치 레스토랑 ‘르 블란서’인데, 이번 한 달만 독닙료리집으로 운영하고 오는 21일부터는 다시 원상 복구된다. 이제 남은 보름, 더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의 음식, 따스한 한 끼를 체험해보시길 권한다.

P.S. 재일교포들이 만든 신한은행, 그래서 더 뜻깊다.
신한은행은 과거 한때 일본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긴 000은행으로 불렸다. 재일교포들이 만든 은행이기 때문이다. 1982년 국내 금융사상 처음으로 재일교포가 주축이 된 순수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됐다. 필자가 만난 신한은행 직원들은 늘 억울해 했다. 일본에서 피·땀·눈물로 성공한 재일교포들이 모국을 위해 만든 은행임에도 색안경을 쓰고 자신들을 바라본다며. 그러다 2006년 은행은 큰 변화를 겪는다. 1897년 순수 민족자본가들이 만든 한성은행으로 출발한 역사와 전통의 조흥은행과 합병, 신한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2000년대 이전 은행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기에 앞서 수 십 년 동안 은행 순위는 ‘조상제한서’였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의 앞 글자다. 과거 부동의 1위, 민족은행의 대명사였던 조흥은행과 합병하면서 신한은행에 대한 '일본 오해'는 점차 가셨다. 이제 신한은 금융사 중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사업에 가장 앞장서는 우리들의 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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