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웅이 필요해'..위기의 日만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세미 기자
입력 2019-07-04 06: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인구 감소·디지털 세대 부상에 종이책 독자 줄어

  • 온라인에선 韓웹툰 플랫폼 약진하며 시장 잠식

일본은 '만화 종주국'으로 통한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꽃보다 남자'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또 일본의 만화산업은 방대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앞세워 일본의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문화수출을 이끈 주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일본 만화산업을 주도하던 출판업계에 위기감이 선명하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와 디지털 세대의 부상으로 독자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돌파구도 마땅치가 않다. 니혼게이자이가 "일본 만화에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일본의 만화 출판산업은 1990년대 정점을 찍은 뒤 20년 넘게 위축일로에 있다. 일례로 일본 3대 만화 출판사에 속하는 슈에이샤의 '주간소년점프'는 1994년 주간 발행부수가 최고 653만부를 기록하며 세계 기네스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원피스'와 같은 인기 만화 연재에도 불구하고 170만부까지 쪼그라들었다.

 

주간소년점프 [사진=슈에이샤 웹사이트]



물론 종이책 업황만 보고 일본 만화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종이만화가 위축되는 데 반해 전자만화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미 2017년 전자만화 시장 규모가 1711억엔(약 1조8500억원)을 기록하며 종이만화(1660억엔) 시장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에 일본 출판업계는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활약이 돋보이는 건 한국의 웹툰이라고 재팬타임스는 최근 지적했다. 일본 출판사들이 전자 단행본 출판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라인·카카오재팬·NHN재팬 등 한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현지 출판사와 제휴하고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며 현지 만화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만화앱 중 라인의 라인망가가 압도적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카카오재팬의 픽코마가 2위, NHN재팬의 코미코가 4위였다. 

이런 바람을 타고 한국 웹툰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라인의 만화앱 '라인망가'가 제공하는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의 경우 일본에서 올해 상반기 월간 구독자 랭킹 톱2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독자들이 한국 만화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번역이나 그림이 현지화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이름이나 장소와 같은 고유명사가 일본 이름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차처럼 한국의 특징을 보여주는 그림은 수정되거나 삭제된다. 그러지 않고선 현지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후지모토 유카리 메이지대학교 만화학 교수는 "일본은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 만화를 읽는 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해외 만화에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에 일본 독자들이 한국 웹툰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만화 종주국' 지위에 위기를 느낀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고, 해외 독자 확보에도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3대 출판사 중 하나인 쇼가쿠칸의 전 에디터였던 에가미 히데키는 재팬타임스를 통해 "일본 종이만화 시장이 얼마나 더 쪼그라들지 모른다"면서 "더 이상 디지털 세대와 해외 독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전환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가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여신강림'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웹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