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무죄판결’이유는? 결정적 증거 '최흥집 증언' 믿을 수 없어

장용진 기자입력 : 2019-06-25 14:25
법조계 비판 시각 우세 "판사 재량 범위는 상식적 수준 벗어나면 안되" "스스로 유죄판결 받은 자백을 못믿으면 믿을 수 있는 증거는 뭔가?"

권성동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판결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어제(24일) 선고공판이 끝난 직후 판결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3건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권 의원은 △11명에 달하는 교육생 채용청탁 혹은 부정채용(업무방해) △자신의 비서관을 강원랜드 환경전문가로 채용해주는 대가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준 혐의(제3자뇌물 △강원랜드 사외이사 선임에 압력행사(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았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통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유죄일 수 있다는 의심은 들지만 무죄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유죄의 추론 뿐만 아니라 무죄의 추론이 가능하며, 유죄 가능성 뿐만 아니라 무죄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데, 유·무죄가 모두 가능하다면 무죄로 판결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취지다.
 

[사진=강원랜드]


◇ 최흥집 자백 믿을 수 없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로 재판부는 권성동 의원에게 가장 불리한 증거였던 최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법정진술과 검찰조서 등을 믿을 수 없다고 봤다. 역시 치명적으로 불리한 증거였던 이른바 ‘권성동 시트’조차 권 의원의 ‘청탁’을 입증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신의 비서관을 강원랜드 직원(환경전문가 채용)으로 합격시켜주는 대가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준 혐의(제3자 뇌물)에 대해서도 “권 의원과 최 전 사장의 공모가 있었는지, 부당한 채용과 감사원 감사무마 사이에 대가성이 존재하는지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최 전 사장은 지난 해 11월 자신의 재판과 올해 3월 권 의원 재판에 출석해 “권성동 의원과 염동렬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라고 시인한 바 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권 의원과 염 의원이 채용을 청탁한 11명의 명단(속칭 ‘권성동 시트’)이 제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권 의원 비서관 채용과정에서는 “사람 하나 안뽑소?”라며 권 의원이 노골적으로 채용을 요구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이 청탁 전후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과 ‘권 의원이 청탁결과를 확인하거나 최 전 사장이 합격여부를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청탁의 존재’나 ‘부졍채용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권성동 시트’ 역시 최 전 사장이 인사팀장 등에게 부정채용을 지시하는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지언정 권 의원의 청탁이나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서관 채용도 ‘당사자인 비서관이 합당한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부당한 채용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 쏟아지는 비판...“앞으로 어떻게 비리를 처벌하나”

유죄판결을 자신했던 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른 관련자들은 이 두 가지가 결정적인 증거가 돼 유죄선고가 내려졌는데 막상 핵심 피고인인 권 의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몇몇 검찰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부당한 압력행사나 청탁을 어떻게 처벌하란 말이냐”라면서 “자격이 있으면 정당하게 시험을 치를 일이지 국회의원 뒷배를 이용해 취직을 해도 된다는 판결을 법원이 내렸다”고 혀를 찼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재판부가 부당한 채용이 있었고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인정해놓고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당한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없다는 식의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흥집 전 사장의 경우 자신의 범죄를 자백해 다른 재판부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인데 그 진술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본 것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박지훈 변호사(45·법무법인 디딤돌)은 “재판부가 고심한 끝내 내린 결론이겠지만 판결문의 흐름상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에 대해서도 “상식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모 대학 법학과 교수는 “증거의 신빙성 판단에 대한 재량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전지적 판사시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아무리 판사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해도 상식수준을 심각하게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기한 안미현 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청탁한 자도 없이 뭔일로 조작을 했으며 청탁을 했어도 처벌이 안되...(건가)”라며 “자백한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팀장은 처벌받고 청탁자는 부인해서 면죄받고”라고 개탄한데 이어 “자백은 미친 짓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강원랜드 인사팀장이 권 의원의 청탁과 최 전 사장의 부정채용 지시를 이행하는 것에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인사팀장은 부정채용의 공범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의 피해자가 아니고,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업무방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강원도내 진보정당 관계자는 “권성동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인사팀장이 그렇게 열심히 뛰었겠냐”면서 “그걸 무죄의 증거로 보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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