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23>​] 소통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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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6-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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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업이나 스포츠계나 소통이 으뜸!

6월 15일 폴란드 우치에서 정정용감독(50)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강인을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우승하면) 헹가래 쳐줄 거야?”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거 같은데….” 그걸 생각해봐야 한다니, 물론 농담이었다. 우크라이나와의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르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나온 유쾌한 장면이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위계 질서가 엄격한 스포츠계에서 18세 앳띤 선수가 감히 ‘하늘같은’ 감독에게 반말 짓거리에 농담을 하다니!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선수들이 버스안에서 떼창을 부르고, 준결승전에서 대접전 끝에 에콰도르를 1대0으로 누른뒤 라커룸에서 힙합 댄스파티를 열고...

이런 상상도 못할 생기발랄함과 자유분방함이 한국팀을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결승무대에 올렸다. ‘원팀’으로 세계 축구계가 깜짝 놀란 대이변을 이룬 정정용감독의 리더십 비결은 소통에 있다.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즐기는 축구’로 열정을 부추겼다. 물론 강도높은 체력훈련때는 인정사정을 보지 않았지만.

그러나 기업계에서는 소통은 커녕 아랫사람을 짓누르는 ‘갑질’이 횡행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급기야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사례가 많았다. 간호사의 집단 따돌림 사건, 중견기업 대표의 직원 폭행 사건 등 사회적 이슈는 이틀이 멀다않고 들려오는 언론의 단골 뉴스였다(다음달 16일부터 직장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됨으로써 회사나 조직내 폭언, 폭행은 급격히 줄어들게 됐지만).

만약 정정용 감독이 36년전 박종환 감독처럼 스파르타식 훈련과 엄격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면 과연 16강전에라도 올랐을까? 이런 면에서 기업가들은 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SK 최태원회장은 그룹내 임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사업현황과 목표 등을 챙겼다. 회장의 꼼꼼한 질문에 임원들은 진땀을 흘렸지만, 그룹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기술과 아이디어는 여기저기서 솟아났다고 한다. 만약 최 회장이 10년, 20년전 오너들처럼 일방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채찍질만 했다면 성과는 오히려 미미할 것이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홈플러스의 임일순 사장은 최근 2만4000명의 임직원에게 단합을 호소하는 손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임직원을 일깨운 손 편지는 위기 타파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통즉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통증은 혈관에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며 ‘막힌 것을 통하게 해주면 아픈 것이 없어지며, 막혀서 통하지 아니하면 통증이 생긴다’는 뜻이다.

기업에서도 수평과 수직적으로 서로 잘 통하면 창의력과 생산성이 살아난다. 최태원 회장과 임일순 사장같은 오너나 CEO들이 많이 생기면 한국 경제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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