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금융교육기관 설립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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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19-06-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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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사례 #1) 며칠 전 모 경제신문에 보이스피싱 피해로 하루에 16억원에 이르는 큰 돈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고도로 진화한 보이스피싱 수법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면서 애꿎은 은행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괴롭히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은행의 계좌 발급을 어렵게 하고 지연 인출제도의 도입 등으로 피해를 줄여보려고 노력하지만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무려 4400억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피해액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사례 #2) 우리나라 다단계 사기의 대표적인 사건은 2008년 ‘의료기 역(逆)렌털 계약방식’을 앞세운 조희팔의 8조원 사건이다. 조희팔은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해 몇 년 전 사망했다는 동영상이 돌아다녔고, 검찰은 2016년 그의 사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공소권 없음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례 #3) 필자는 얼마 전 "알리페이와 계약, SK 텔레콤, VISA카드와 브리티시 텔레콤과 계약, 거기에 텔레그램과도 계약이 곧 됩니다"라며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름을 마구 갖다 붙이며 이 코인에 투자하면 초대박이 될 것이라고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강남 한복판에 잘 차려놓은 사무실에서 그럴듯한 언변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데, 네덜란드의 유명 회사와 이름이 동일한 이 회사 ICO 코인 투자 설명회에서 메인넷 개발 회사로 소개하는 회사가 관련 기술이 없는 단순 IT 교육회사인 것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발표자의 뻔뻔스러운 사기 행각에 기가 막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에 솔깃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다는 사실, 그리고 하루에 16억원이 넘는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털리는 현실은 새삼 우리나라가 금융 후진국 중에 후진국임을 깨닫게 된다.

유럽은 14세기에 이미 투자문화가 발달해 콜럼버스의 항해 자금 투자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고, 16세기에 프랑스와 영국 왕실은 전쟁 자금을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산업의 기틀을 닦게 된다.

특히 1637년에 튤립 투기광풍까지 경험한 유럽인들은 수백년에 걸친 금융투자 경험에서 쌓아온 투자 노하우가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대부분 상당한 금융 지식을 갖고 있다.

반면에 천년이 넘는 세월이 양반, 상놈으로 구분되며 부의 축적이 일부 특권층에 한정돼 왔던 우리의 경우, 일반 국민의 자산 축적 경험이 전후 70여년에 불과해 자연 금융 투자 지식은 아직 어린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는 더 이상 연금과 임금 소득만으로는 노후를 살 수 없기에 크든 작든 보유 자금을 운영해 투자소득·임대소득이라도 얻어야 하는 금융투자 필수 시대가 되었는데, 우리 국민의 금융지식 수준은 한참 부족하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은 2014년 기준 35개 주가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금융교육은 대통령금융교육자문위원회와 재무부산하 금융교육 위원회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4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재무부와 금융소비자청을 중심으로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고, 매년 11월을 금융교육의 달로 지정했을 정도다.

또한 영국은 학교 금융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2011년에는 금융감독청 산하 소비자금융교육기구를 소비자의 저축, 연금, 부채관리 등을 직접 자문하는 금융자문기구로 전환했다.

이 같은 선진국들의 금융교육 투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강화돼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이제는 전 국민의 금융지식 수준을 높여줄 금융교육 전담 기관의 설립이 매우 절실한 현안이라고 본다.

이제는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서라도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 정규과정에 '투자 교육'을 필수적으로 추가해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의 함양과 사기와 피싱, 다단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교육이 정기적·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전 국민의 금융 투자 수준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전담할 금융교육 부처의 설립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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