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 열등생으로 전락한 한국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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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6-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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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G20 국가 중 수출 감소세 1위, 진단을 제대로 해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최근 우리 수출이 6개월째 곤두박질하고 있다. 혹시나 감소세가 꺾이고 역전의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무색게 하고 있다. 냉정하게 현상을 짚어보면 수출의 감소 추세가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수출을 버티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자동차부품 등이 추풍낙엽처럼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품목까지 총체적으로 부진하다. 특히 주력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세가 현저하다. 올 들어 글로벌 교역량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긴 하지만 G20 국가 중 수출 감소세가 가장 큰 국가라는 가혹한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무역흑자 기조는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무역외수지 적자가 커서 경상수지 적자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외 수출 환경이 하반기에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수출 적신호가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꼬여진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꼬인 형태를 정확히 알아야 시간과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수출이 줄어드는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처방도 명쾌하게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보호무역 확산이 글로벌 경제에 심리적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간접적이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지난 5월 말까지는 미·중 양국이 관세 전쟁을 주고받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이로 인한 영향이 가시화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호조세이다. 대조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하향세가 매우 선명하다. 긴급 경기 부양책으로 1분기 6.4% 성장세를 시현했다고 대외에 발표했지만 통계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상품 거래량이 뚝 떨어지면서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목소리다. 미국의 압력이 가속화하면 중국 경제의 악화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간판을 달면서 마침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쳐다보지 않는 국가가 없을 정도이다. 중국 경제가 잘 돌아가야 생겨나는 떡고물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가 우리이기도 하다. 중국 공장이 잘나가야 원자재나 중간재 혹은 자본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 전체에 선순환 효과가 유발된다. 중국 경제가 감기에 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채기를 하는 국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인도, 터키,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대표적인 신흥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원인도 중국 경제의 후퇴에서 기인한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어 중국 시장의 존재감에 대해선 이제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방향성이 중·저속 성장이라면 이에 대한 대비를 사전에 철저하게 해나가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변화의 방향을 읽어야 위기 상황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

세계경제 질서 과정에서 재편되는 글로벌 서플라이·밸류 체인에 희생양 되나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 관계에 있는 한·중·일 3국의 수출 현황을 살펴보자. 올 1분기 중국 무역통계를 보면 중국의 수출은 여전히 1%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입은 1.5% 감소에 그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과 수입은 각각 8.6%, 28.8% 줄었다. 일본은 자국 통계 기준 수출이 3.9% 줄었으나, 미국에 대한 수출은 4.5% 증가한 반면 중국에 대한 수출은 7.5% 감소했다. 4월 누계 기준 한국의 수출은 6.9%나 줄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10.4% 증가하였으나 중국, 홍콩에 대한 수출이 각각 14.1%, 28.0%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 대해 우리와 일본이 수출을 늘리고 있는 데 비해 중국 수출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중국 수입 통계를 보면 3월 누계 기준 한국으로부터는 13.1%, 일본·대만·독일로부터는 각각 5.6%·5.4%·0.1% 감소해 상대적으로 우리의 부진이 현저하다. 우리 상품의 중국 시장 내 적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출 최우등생이 열등생으로 전락하고 있다. 예고된 시나리오임에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 지향적, 대기업 주도적인 구조를 부인하고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 수출이 더 무너지고 신규 수출 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경제 펀더멘털인 중소기업도 더 벼랑 끝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수출 시장 쪽을 보면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으면 곤란하다. 중간재는 물론이고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식품, 유아용품 등 소비재마저 맥을 추지 못한다. 소득 1만 달러가 넘어서면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여실히 입증된다. 필요하면 주전 선수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 모두가 빠져 나오려는 중국 시장에서 생겨나는 틈새시장도 찾아내야 한다. 한편으론 중국 시장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대체시장을 찾는 'China+1'에 보다 분주해져야 한다. 기업, 노동자, 정부가 따로 놀아서는 수출 불씨가 살아날리 만무하다. 왜 갈수록 열등생이 되고 있는지 처절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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