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여성앵커, '무역전쟁' 놓고 맞짱토론...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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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5-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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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언론 "中앵커가 美 앵커 토론서 이겼다" 선전

  • "'토론' 아닌 '형식적 인터뷰' 가까워" 아쉬운 반응도

미·중 무역전쟁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판 앵커'가 현지시각으로 29일 저녁 8시(한국 시각 30일 오전 9시) 지난주 예고했던 공개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 끝난 후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앵커가 노련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미국 앵커를 압박했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애당초 예상과 달리 형식적인 인터뷰에 가까웠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중 여성앵커들은 지식재산권 갈등,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찬반 문제, 국가자본주의 등을 의제로 토론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군'으로 여겨지는 미국 폭스 비즈니스 채널의 뉴스앵커 트리시 리건과 중국국영중앙(CC)TV 영어채널인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뉴스앵커 류신(劉欣)은 29일 오전 8시 26분(중국 현지시간)부터 16분간 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14일 두 앵커간 '맞짱토론'은 사전에 예고됐다. 리건이 폭스 비즈니스 '트리시 리건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논평하자 류신이 이를 강력 반박했다. 이후 이들은 트위터에서 날선 공방을 벌이던 중 리건의 토론 제안을 류신이 흔쾌히 승락, 리건의 프로에 출연키로 함에 따라 이번 토론이 성사된 것이다.

미·중 여성앵커간 토론은 시작 전부터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판권 문제로 중국내 영상 송출이 되지 않자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매체들이 제공하는 문자 중계를 보며 감상평을 남겼다. '세기의 맞짱토론'을 보기 위해 인민망(人民網)에서 제공하는 문자 중계에만 6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몰려들었다고 환구망이 전했다. 

리건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류신에게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과 합의를 하기 원하는지'에 대해서 물었고,  류신은 이와 관련해 "나는 중국 정부의 내부 소식은 모른다"며 "중·미 무역협상 상황도 더더욱 잘 모르지만, 중국 정부가 이미 명백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이에 리건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식재산권을 언급하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류신은 "만약 양측이 상호이익과 상호교류를 통해 배우는 목적으로 한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지재권을 사 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에서는 중국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이 문제로 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재권을 훔치는 것은 미국인과 중국인 모두인데 중국 사례만 언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도 부연했다. 

다시 리건은 중국이 주장하는 국가자본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류신은 "중국의 대부분 혁신은 민영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대부분의 수출도 민영기업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중국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아래 시장이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류신은 오로지 자국 이익만 챙기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리건이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봐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류신은 "중국의 전체 경제 규모는 매우 크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유엔의 평화 유지 업무에 큰 기여를 했고, 국제 인도주의 원조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리시 리건 폭스비즈니스 뉴스앵커(좌)와 류신 CGTV 뉴스앵커(좌) [사진=인민망]

두 앵커의 공개 토론이 끝난 후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앵커가 미국 앵커보다 뛰어난 언변을 선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환구망은 해외 누리꾼들의 말을 인용해, 류신의 토론 내용에 깊은 영감을 얻었다며 '류신 띄우기'에 나섰다. 매체는 류신은 중국의 입장을 자신있게 전달했으며 토론을 잘 이끌어나갔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신문(澎湃新聞) 역시 류신이 미·중 공개토론에서 이겼다면서 미국 앵커의 '조심하는 모습'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앵커는 거의 중국 앵커에 질문만 던지고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의 앵커가 정중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생방송인만큼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누리꾼들은 이는 토론이라기보다는 형식상 인터뷰에 가까웠다면서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웨이보 아이디 '상관지두'라는 누리꾼은 "벌써 끝났나.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어쩌다가 토론이 폭스 비즈니스의 일방적인 인터뷰로 변했냐"고 혹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토론이 아니라 해명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 애초에 미국 앵커는 토론할 역량이 안 됐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남겼다.

한편 류신은 난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997년 CCTV 영어방송 부분에 기자로 입사했으며, 6년간 제노바 특파원을 역임한 뒤 2017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리건은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에서 분석가로 활약했으며, 지금은 폭스뉴스 경제채널에서 자신의 경제 쇼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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