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영화제도 코스닥도 갇혀버린 '여성 3%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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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기자
입력 2019-05-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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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지금까지 2명뿐이다. 영화제가 올해로 72차례 열렸으니 비율은 2.8%밖에 안 된다. 제인 캠피온(1993년)과 아그네스 바르다(2015년)를 빼면 모두 남성 감독이 수상했다. 올해에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상을 탔다.

자본시장도 비율을 일부러 맞춘 것처럼 똑같다. 코스닥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1594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CEO는 44명으로 3%에 한참 못 미친다. 코스닥도 영화제 못지않게 여성에게는 문턱이 높다. 5년 동안 여성 CEO 비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아도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2015년은 1.3%,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2.2%와 2.6%, 2018년은 2.8%를 기록했다.

물론 여성 CEO에게만 문턱을 낮출 수는 없다.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투자자와 피투자사만 놓고 보아도 주가나 수익률이 아니면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유리천장'이다. 여성은 여전히 주류 밖에 놓여 있고, 보이지 않는 걸림돌은 견고하다. 박미경 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 기업인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차이가 크다"고 했다.

정부는 더디게 움직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해마다 100억원을 여성벤처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액수가 적을 뿐 아니라 이마저도 제대로 도움을 주는지 의문이다. 한 여성 CEO는 "여성벤처펀드는 여성 기업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나 가족친화기업 인증만으로 펀드 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화끈하게 돕겠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얼마 전 여성 벤처기업인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여성벤처펀드 지원액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연간 지원액을 200억원으로 높인다는 얘기다. 칸 영화제를 앞두고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여성 영화인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기로 했다. 수상작 선정부터 심사까지 여성 영화인을 고르게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성 수상자는 1명뿐이었다. 마티 디옵이 '애틀랜틱스'로 흑인 여성 가운데 처음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코스닥 기업이나 영화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을 모두 따진다면 남성 못지않게 늘었다. 단, 천장에 가까워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김없이 여성에게는 '3% 법칙'이 작동한다. 남성과 여성이 3대97로 뒤집혀 있다면 어떨까. 정부가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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