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50년 묵은 주세법 있는한 국산 고급맥주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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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5-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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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준비끝에 美 브루클린브루어리와 자매양조장 맺고 2017년 출범

  • 제조업 거의 없는 제주에 설립, 고용창출…1년 만에 매출 15배 성장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26일 서울 장충동 서울사무소에서 자사 대표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제맥주로 건배하는데, 정책 실무자들은 대통령과 박자를 맞추고 있지 않다. 우리는 누구 말을 믿고 어떻게 일해야 하나.”

26일 서울 동대문구 장충동 제주맥주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최근 주세법 개편안 발표가 기약 없이 미뤄진 후 처음 입을 열었다.

제주맥주는 뉴욕 포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문 대표가 2012년부터 5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자매양조장을 맺고 2017년 출범한 회사다.

2018년 7월, 출범 1년 만에 회사 월 매출이 15배 이상 급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기업인과의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건배주로 수제맥주를 택하면서 수제맥주 바람이 불어 성장세에 더욱 불이 붙었다.

지난해 주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자, 제주맥주를 포함한 수제맥주 회사들은 공장 증설 등 투자 계획을 세웠다.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원가 기준인 현행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나 용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바뀌면, 세금 부담이 줄어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 행사를 노려볼 수 있어서다. 가격경쟁력이 생기면 소비자 호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정부가 “개편안 발표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모든 계획은 일시 정지됐다.

문 대표는 “50년 전 종가세를 처음 적용할 때는 ‘수입’이란 개념이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으냐”며 “우리나라 브랜드를 해외에서 만들어서 갖고 들어오면 20~30% 싸게 팔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왜 개선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원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유지하는 한, 국산 고급 맥주는 나오기 어렵다”며 “좋은 원료를 쓰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면에서 같은 출발선에 서야 소비자에게 맛으로 평가 받을 기회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그의 얘기는 한국 수제맥주 협회에 속한 120개사의 현재 심경이기도 하다. 종가세를 적용받는 국산 맥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수입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2014년 6%에서 2017년 16.7%로 해마다 급성장했다. 반면 국산맥주를 생산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 맥주공장 가동률은 최근 30%대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문 대표는 “주세 개편이 지연되면서 수제맥주 업계의 고용창출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맥주의 경우 제조업이 거의 없는 제주도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현재 도내 1300여개 업장과 거래 중이다. 지난 3월 기준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제주도에서 근무 중이다.

문 대표는 “오는 8월 발표되는 2020년도 세제 개편안 이전까지는 주세 개편안이 공개되길 바란다”며 “얼마 전 여야 3당 원내대표 맥주 회동에서 나온 말처럼 호프(hof)가 희망(hope)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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