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저출산 무시하는 '엔젤계수' 불황 모르는 '엔젤사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기연 기자
입력 2019-05-16 13:5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결혼한 부부들 중 2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말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곧 재산'이라는 생각에 많은 자녀를 낳고 키웠다. 하지만 갈수록 커져만 가는 양육비 부담에 최근 출산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0.98%를 기록했다. 1명도 되지 않는 충격적인 수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줬다. 

저출산 시대, 금지옥엽 같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게 부모들의 심정이다. 가계총지출 중 아이들의 수업료와 과외교습비, 장난감 구입비, 용돈 등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엔젤계수(angel coefficient)'라 한다. 국내 엔젤계수는 국민총생산 대비 8% 수준이다. 선진국이 5~6%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엔젤계수는 불황일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경제력이 높은 부모들이 교육비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 가계에 부담이 되더라도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엔젤사업은 키즈카페를 비롯해 어린이 전용 백화점, 병원, 사진관 등이 있다. 자녀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물하고 싶은 부모들의 욕구가 양적 증가보다는 고급·차별화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엔젤산업으로 비롯된 용어도 등장했다. 가족 6명(엄마·아빠·친할머니·친할아버지·외할머니·외할아버지)이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를 가진 '식스포켓'부터 여기에 이모, 삼촌까지 더해져 총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까지. 능력만 된다면 기꺼이 소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투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에 부담을 줄 정도로 투자하는 부모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경제적 혜택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남도 아닌 내 아이를 위한 것",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만 가는 엔젤계수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