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누락' 김범수 무죄에 카뱅 대주주적격 심사 '파란불'

박호민 기자입력 : 2019-05-15 10:5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공시누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심사에 파란불이 켜졌다.

15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1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장은 2016년 당국에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 측이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김 의장에게 공시를 누락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보고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은 공정위에 허위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은 했다고 보인다"며 "다만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인정할 만큼 허위자료 제출을 용인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의장이 자료 제출 관련 업무 일체를 회사에 위임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뒤늦게 5개 회사가 공시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정위에 알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5개 회사의 영업 형태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공시에서 누락한다고 얻을 이익이 크지 않고, 경영진이 김 의장과 인적 관계도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아울러 과거에 자료를 허위 제출한 이력 등이 없다는 점에서도 김 의장에게 공시 누락을 용인할 의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허위자료가 제출되지 않도록 확인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과실로 인해 5개 회사의 공시가 누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허위 자료의 제출 행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는 법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른바 재벌 총수들은 실무자들이 이행하는 경우가 많아 과실에 대해서도 처벌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다만 이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로, 공정거래법에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과실범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카카오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카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큰 고비를 넘기는 셈이 됐다.
 
다만, 검찰의 항소에 따른 상급심의 판단이나 개인 총수인 김 의장을 법인과 같은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 안도할 수만은 없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에는 통상 1∼3개월이 걸리는 만큼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내용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바 있다.

올해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였지만, 그동안 금융위의 심사는 재판 과정 때문에 거의 멈춰있었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카카오의 범법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법령 해석이 분분할 수 있어 금융위는 지난달 중순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의뢰했다.

법제처가 김 의장의 위법 내용을 카카오의 위법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금융위는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김 의장의 혐의 확정 문제를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

반대의 경우 금융위는 김 의장에 대한 재판 결과를 기다려 벌금형 이상이 확정된다면 이를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법 해석상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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