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수단이라더니...'관세맨' 본색 드러낸 트럼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신회 기자
입력 2019-05-15 12: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트럼프 폭탄관세 '수단'서 '목표'로..."협정보다 관세 선호하는 듯"

  • 세계 경제 역풍 우려...'치킨세' 교훈 "한 번 부과하면 폐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부르면서도, 고율의 관세 제재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그는 폭탄관세 압력으로 캐나다, 멕시코와 1990년대에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지난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뜯어고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앙'이라고 했던 나프타가 '새롭고 현대적인 무역협정'으로 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도 폭탄관세를 밀어붙이며 새로운 무역협정을 요구했다.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과도한 보조금 지원, 위안화 환율 조작 등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경제구조를 바로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의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였다.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도 곧 같은 세율의 폭탄관세 표적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사실상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가 붙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폭탄관세 부과 여부도 저울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관세 수위는 수십년 만에 가장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블룸버그는 15일 트럼프의 관세가 수단이 아닌 최종 목표처럼 보일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를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나쁜 징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윗(트위터 게시글)을 비롯한 공개발언을 통해 폭탄관세 효과를 뽐내며 관세 제재를 정당화했다. 대중 폭탄관세 덕분에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뿐 다른 나라들도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로 내세웠던 무역협정보다 수단인 관세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USMCA의 의회 비준 장애물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를 고집하면서다. 미국 상원에서는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보복 피해를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하지 않으면 USMCA 비준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케나다와 멕시코가 자국 철강·알루미늄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기존 폭탄관세를 거둬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그(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거래는 우리(미국) 점심을 (공짜로) 먹어온 외국인들에게 맞서는 것이고, 이는 관세 부과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제재 압력이 커질수록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표적으로 한 보복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맞대응하고 나섰고, EU도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폭탄관세를 물리면 곧장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접근방식이 '정글의 법칙'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보복의 악순환을 부르는 관세싸움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허프바우어는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미국의 경우 가계당 연간 2000달러 수준(가격인상분)으로 감당할 만 하지만, 경기둔화가 더 큰 고통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세 부담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과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는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허프바우어는 또 관세라는 게 한 번 부과하는 건 쉽지만 다시 거둬들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치킨세(chicken tax)'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독일(당시 서독)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닭고기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자 미국이 부과한 보복관세다. 처음엔 수입 감자녹말, 브랜디 등이 부과 대상이었지만, 궁극적으로 수입 소형트럭이 표적이 됐다. 유럽은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했지만,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한 치킨세는 25% 세율 그대로 남아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 철폐 문제가 주요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은 전면 철폐를, 미국은 단계적 철폐를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