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불똥 튈라...몸 사리는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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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5-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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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작년 대미무역흑자 107억 달러

  • '무역 불균형' 명분 美관세폭탄 가능성 우려

  • 베트남 '환율조작국' 지정?...환율보고서 주목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거세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한층 더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미 교역량 증가와 함께 무역불균형도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관세폭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현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늘렸을 뿐인데...된서리 맞을까 '근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고율관세라는 형벌을 내린 명분은 '무역 불균형'이다. 중국이 너무 많은 제품을 값싸게 수출하면서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둬갔다는 논리다. 경제 발전을 목표로 수출에 매진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미 수출 규모가 중국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 눈밖에 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고민이 깊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이다. 2억5000만명의 인구 강국으로 연평균 5% 수준의 성장률을 뽐내고 있다.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까지 중국과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대미 무역량도 확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인도네시아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07억 달러에 달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에서 인도(110억 달러) 다음으로 많은 무역흑자를 거뒀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126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미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업 분야의 대인도네시아 수출액은 31억 달러에 불과했다.

무역불균형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도 중국처럼 언제든 미국의 철퇴를 맞을 수 있는 셈이다.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부활 여부가 한 가닥 희망이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GSP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천개 품목에 대해 면세 혜택을 받았다. 미국은 2017년 12월 31일 GSP 종료 이후 연장 여부를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어떤 식이든 미국이 인도네시아 경제의 운명을 쥐고 있는 셈이다.

밤방 브로조네고로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 장관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규모만 다를 뿐 미국에 적자를 안겨준다는 점에서는 같은 형편"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우려는 시장에도 반영됐다. 무역전쟁 우려로 인해 지난 14일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6%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환율조작국' 되나...긴장하는 아시아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의 환율 조작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 등 아시아의 환율 정책을 수차례 비판해왔다. 2017년 2월에는 처음으로 일본을 직접 겨냥해 "환율 조작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한다"고 비난했다. 최근 미·일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긴장을 놓치 못하는 이유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 측이 환율 카드를 꺼낼 경우 엔화 가치 상승(엔고)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빠르면 이달 안에 환율보고서를 공개할 전망이다. 재무부는 통상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데 지난달에는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미국 정부 내 움직임을 보면 베트남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1년간 환율 절상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조달시장 접근이 차단되는 등 무역 제재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국가는 아직 없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도와 함께 기존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환율 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보다는 낮은 수위지만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국가로 분류된다. 다만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하는 대상은 기존 12개국에서 20개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를 비롯해 태국,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최근 미국과의 교역량이 급증한 나라들이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난 1년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제 대응에 나서는 국가도 있다. 태국 언론인 방콕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직후 태국 중앙은행은 수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바트화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흑자는 151억 달러로 미국의 환율조장국 지정 조건(200억 달러 초과)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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