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정책硏 "소년범 수 줄지만 재범율 증가...취업 등 지원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은 기자
입력 2019-05-13 10:4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13일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및 방지 대책 연구' 결과 발표


최근 20년 간 우리 사회의 소년범 수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재범자 비율은 오히려 늘어 소년 범죄가 상습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서는 출원(소) 후 지역사회의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 2~3일 간 소년범 232명을 대상으로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조사' 실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매년 심화되는 소년 재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법무부의 협조를 얻어 서울소년원과 김천소년교도소에 수용된 보호소년(보호조치된 미아, 가출 아동 혹은 기아) 150명과 소년수형자(소년 교도소에서 형을 받고 있는 사람) 82명을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20년 간 소년범 수 줄어...재범자 비율은 오히려 ↑

우선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의 불규칙한 반등 구간을 제외하면 1997년 이후 지난 20년간 우리사회의 소년범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소년범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으나 재범자의 비율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 매해 검거되는 소년범 가운데 전과기록이 있는, 즉 재범으로 다시 검거되는 소년범의 비율은 1976년 7.8%에서 2016년 38.9%로 늘어났다. 40년 사이 소년 재범자 비율이 다섯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더불어 재범자 가운데서도 전과 1·2범의 점유율은 줄어들고(1976년 94.8%→2016년 49.3%) 전과 3범 이상의 점유율은 같은 시기 5.2%에서 50.7%로 늘어났다. 특히 9범 이상의 전과자 점유율이 2000년대에 접어들며 두드러지는데 2013년부터 전체 재범자의 10%를 상회하고 있다.

연구원은 "종합하면 소년 범죄의 상습화, 즉 재범 문제가 지난 40년간 양적, 질적으로 악화돼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232명의 소년범 가운데 213명은 현재의 소년원 및 소년교도소에 수용되기에 앞서 처분 및 처벌 전력이 있는 재범자였다. 나머지 19명은 순수 초범자로 5명은 보호소년, 14명은 소년수형자로 구분된다.

이들 소년범들이 지금까지 받아 본 일체의 처분 및 처벌 전력을 조사한 결과 두 시설 모두 소년원 송치를 제외한 보호처분을 경험해 본 소년범의 비율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보호소년 응답자(N=150)의 89.3%가 평균 2.7회, 소년수형자의 64.6%가 평균 2.8회 정도 해당 처분을 받았다.

소년원에 수용된 145명의 보호소년 재범자 가운데 38.6%는 직전에도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으며 소년교도소에 수용된 소년수형자의 25%도 직전 처분으로 소년원 송치를 받았다. 두 시설의 소년 재범자 집단이 직전 범죄로 받은 처분 및 처벌 내용을 보면 소년원 송치를 포함해 보호처분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시설 별 소년 재범자의 직전 처분 및 처벌 내역. [그래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일견 보호처분의 재범 억제 실효성에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으나 실제 직전 처분 및 처벌 유형에 따른 재범자 집단 간의 평균 재범 기간 차이를 비교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년범 열에 일곱, 시설 수용 '긍정'...처벌은 죗값 비해 과해

시설별 응답자의 과반수는 현재의 수용 생활이 자신의 인성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보호소년의 76%, 소년수형자의 69.5%는 자신이 현재 수용된 시설 내 생활을 통해 인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받고 있는 처벌 및 처분의 수준이 잘못에 비해 과하다고 생각하는 소년범의 비율 또한 높았다. 보호소년의 41.4%, 소년수형자의 29.3%가 죗값의 형평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소년범들이 시설 내에서 경험하는 애로사항 가운데 '시설 밖 가족 및 친구에 대한 그리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소년원에 비해 통제와 격리의 수준이 더 높은 소년교도소에 수용된 소년수형자가 보호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정서적 고립감을 경험했다.


 

소년범이 경험하는 애로사항 및 심각성. [그래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는 소년범들이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와 같은 시설에 수용돼 있는 동안 비단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사회와 괴리되는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소년범 재범' 막기 위해선 지역사회·지원기간이 사회 정착 힘써야

한편, 두 시설의 소년범 대다수는 자신의 재범 가능성을 부정했다. 보호소년의 94%, 소년수형자의 93.9%가 출원(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범 가능성에 대한 소년범의 태도는 출원(소) 후 하고픈 일에 대한 계획 수립 여부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로 복귀했을 때 매진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소년범일수록 그렇지 않은 소년범에 비해 자신의 재범 가능성을 부정할 오즈(odds)가 5.1배 높았다.

실제로 재범 경력이 확인된 보호소년과 소년수형자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이 재범으로 현 시설로 수용되기 전까지 사회에서 주로 수행한 활동을 조사한 결과 '경제활동(일함)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응답한 집단일수록 '뚜렷한 목적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집단에 비해 평균 재범 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

 

재범 기간 내 주요 활동에 따른 평균 재범 기간 비교. [그래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출원(소) 후 자신의 재범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비행친구와의 교우 단절'과 '취업을 통한 생계 안정'을 선택한 응답자 비율이 두 시설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차이가 있다면 소년원에서는 '비행친구와의 교우 단절'이, 반대로 소년교도소에서는 '취업을 통한 생계 안정'의 선택 비율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출원(소) 후 자신의 재범 방지를 위한 우선 조건. [그래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소년 재범의 효과적 방지를 위해서는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와 같은 보호 및 교정 시설을 통해 소년이 체감하는 교정 및 교화 과정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사회로 나온 뒤에도 재범의 유혹을 뿌리치고 건전한 삶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갱생지원기관이 소년의 사회 정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원 부연구위원은 "소년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담론은 매번 공분으로 시작해 엄벌주의로 귀결되는 정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및 연구의 의의는 소년 범죄의 누적된 현안을 제대로 짚고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공론의 장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현실에서 소년 범죄의 상습화 문제, 즉 재범 현안에 주의를 환기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