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꽃의 말, 꽃의 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해곤 기자
입력 2019-05-07 16:0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가정의 달 5월은 고마운 달이자, 약간 고민스러운 달이다. 기념일을 계기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고맙고, 필자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이 쑥스러운 중년 세대에게는 좀 난감하다. 이맘때면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감사 문구 예시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음을 전하는 것은 말과 글뿐만 아니라, 작은 꽃 한 송이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양의 꽃말을 보면, 장미는 ‘아름다운 사랑’, 튤립은 ‘사랑의 고백’, 수선화는 ‘자부심’ 등을 의미한다. 본래 꽃말은 문자나 음성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식물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통해 자기 생각을 암묵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식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화어(花語)’, 또는 ‘화훼어(花卉語)’라고 부른다. ‘시경’이나 굴원이 집대성한 ‘초사’ 등 중국의 고대 문학작품을 보면, 난초는 ‘구애’, 작약은 ‘약속·이별’, 연꽃은 ‘사랑의 중매’ 등으로 표현돼 있다. 꽃말의 대상이 되는 식물도 꽤 다양하다. 중국 사람들이 식물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가 '어버이날' 구매하는 카네이션은 ‘효도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카네이션은 100여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 산소에 피어 있는 카네이션 꽃을 달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비록 외국에서 온 풍습이지만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과 스승님에게 보내는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거부감 없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카네이션 하면 붉은색만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보라색·연두색 등 다양한 파스텔 계열의 카네이션을 개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성년의 날'이나 '부부의 날'에는 보통 장미로 마음을 전한다. 특히,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21일, 부부의 날엔 남편은 '사랑'의 의미를 담은 빨간 장미를, 아내는 '존경'의 의미를 담은 분홍 장미를 많이 선물한다.

꽃은 말을 담아 전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좋다. 꽃의 아름다움과 생명력, 향기는 인간의 시각과 촉각, 후각을 자극해 몸과 마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나리꽃 향기가 초등학생의 시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면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화분에 담긴 반려식물을 추천한다. 함께 물을 주고 말을 걸고 계절의 시계에 맞춰 식물을 돌보다 보면 자녀와의 사이도 가까워지고 우리 아이도 꽃처럼 향기롭고 밝게 자랄 거란 은근한 믿음이 생긴다.

타인에게 주는 선물만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꽃을 사보자. 최근 젊은 층에서 꽃꽂이 수업을 듣거나 꽃을 정기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꽃의 언어, 꽃의 힘을 일찌감치 알아챈 것이 아닐까 싶다.

1980년대 프랑스 심리학자 듀센은 ‘인위적으로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듀센미소’라고 명명했다. 미국 럿거스대학 해빌랜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꽃을 선물 받은 여성의 100%가 이 ‘듀센미소’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을 받을 경우에는 90%, 양초는 70%인 것과 비교해 보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남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꽃 선물은 작지만 마음을 전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힘이 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했어요.”, “잘할 수 있어.” 올 5월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또 자신에게 꽃으로 마음을 전해보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