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의 ‘그랜드마더 타워’ 베니스 비엔날레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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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5-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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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의 추억’ 살린 작품 본전시 참가

[작업실에서 작품들을 설명하는 강서경 작가. 사진=전성민 기자]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는 한국 작가 3명이 초청 받았다. 이불(Lee Bul), 아니카 이(Anicka Yi)와 함께 비엔날레 무대에 서는 강서경 작가의 작품들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강서경은 오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약 200일간 개최되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에 참가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미술행사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리뷰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수상자 발표와 개막식은 5월 11일에 열린다. 전 세계 총 79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2006년부터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며, 2015년 리옹비엔날레를 이끈 랄프 루고프다.

강서경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 두 개의 공간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자르디니에 설치하는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는 강서경의 가장 오래된 연작 중 하나다. 비엔날레 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강서경은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너무 아름다우셨다. 제가 많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다.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 시리즈를 2011년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보다 친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많았던 강서경은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강서경은 “마지막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싶어 하셨다. 수분이 날아가 입술이 얇아지고 살도 많이 없으셨지만 립스틱을 번지도록 바르셨다. 그 모습이 내게는 너무도 아름다워보였다”고 설명했다. “현재를 아름답게 잘 살아라”는 할머니의 마지막 말을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다. 

할머니는 강서경의 예술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강서경은 “할머니께서 어떤 세월을 살아오셨는지 짐작할 수는 없다”며 “ ‘할머니의 모습을 어떻게하면 단순하게 시간의 덩어리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그랜드마더 타워’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행기와 철, 실들을 이용해 ‘할머니’를 닮은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을 보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강서경 작가는 ‘그랜드마더 타워’를 선보인 2018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했다.

['GRANDMOTHER TOWERS' 2012~2019 사진: 안천호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또 다른 아르세날레 전시장 안에서는 신작으로 구성된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rand)’ 연작을 선보인다. 2018년 리버풀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연작은 강서경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검은 자리 꾀꼬리(Black Mat Oriole)’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조선시대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와 조선시대에 발명된 전통 악보 체계인 ‘정간보(井間譜)’를 개념적 기반으로 삼아 오늘날 개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 속 여러 조건들을 고찰한다.

춘앵무는 한국 궁중무용 중 극히 드문 형식의 1인무로, ‘화문석’이라는 자리 위에서 이루어지는 춤을 일컫는다. 약 2m 길이의 화문석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자 그 움직임을 제한하는 물리적 경계로 기능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오프닝 날에는 이 ‘자리’ 위에서 참여자가 직접 움직임을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강서경은 “전통이라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될까 고민했다. 누구나 동작이 그려진 ‘무보’를 보면 조금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신체를 움직이면서 전시 안에서 자신의 몸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서경은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에는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상하이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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