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 예방기능" vs "오판 가능성 배제 못해"...사형제 폐지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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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5-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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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3일 오전 '사형제 및 대체형벌 검토 청문회'

  • 사형제 피해자·범죄 피해자 유족도 참석


사형제 폐지 및 대체형벌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 3일 열렸다. 국내에서는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지난 21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가운데 진보·중도 성향 헌법재판관의 가세로 사형제 폐지 가능성은 향후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사형제 및 대체형벌 청문회'를 개최하고, 여러 기관 및 전문가를 초청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 목소리를 들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사형제 및 대체형벌 검토 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발간한 '사형 선고와 사형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06개 국가가 사형제를 이미 폐지했고 중국·일본 등 56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사형제 폐지 찬성 측은 오판에 의해 형이 집행될 경우 무고한 생명을 돌이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형제가 비인도적 형벌로서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봤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생명을 박탈 권리 있는가 의문이 든다"며 "적어도 국가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듯 생명 박탈의 권한 또한 없다는 차원에서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인권위가 지난해 실시한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사형제도를 당장 폐지'(4.4%) 내지 '향후 폐지'(15.9%) 등 사형폐지 의견이 20% 내외에 불과해 압도적 다수로 보인다"면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적절한 대체형벌이 도입된다면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66.9%가 동의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는 사형제와 동일한 형벌효과를 가진 형벌이 도입된다면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사형이 가진 형벌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그 대체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에 가까운 상대적 종신형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현재 존재하는 무기징역, 무기금고 등 무기형과는 구별되는 종신형을 도입하고 유기자유형의 상한선인 30~50년 사이 법원의 가석방을 불허하도록 해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에 가까운 대체형벌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이어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남편을 잃었다는 이영교씨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한평생 사신 여덟 명을 구금과 고문을 통해 사건을 조정하고 대법원 확정판결 후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며 "이후 국가기관 조사를 통해 35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러나 남편은 돌아올 수가 없었다"며 "한번 집행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사형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문명국가에서 다시는 사람의 생명을 국가가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250여 명의 정치범이 사형을 집행했다고 들었다. 많은 분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 배상 판결도 받았지만, 그분들은 돌아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이에 사형제 폐지 반대 측은 흉악범죄 예방 등 형벌기능 등을 이유로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 여러 법 감정과 형사 정책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범죄피해자 가족 대표로 이날 청문회를 찾은 장성환씨는 "범죄피해자의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솔직한 마음을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장씨는 "저는 날짜도 잊지 못한다. 2011년 8월 30일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면서 "고귀한 생명을 무참히 잔인하게 죽인 사람을 살려두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형제도를 통해 살인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등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 역시 "형벌 정책은 우리 사회가 처한 아주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흉악범죄 발생건수로 보면 사형제 폐지 논의가 나오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형제만 폐지하면 인권 선진국이 되는가"라며 "(사형제 폐지로) 흉악범죄가 더욱 자주 발생해 여성과 노인, 어린이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인권 후진국"이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깜깜한 밤중 통행자가 없어도 신호등은 깜빡여야 한다"며 "사형제 폐지가 흉악범죄를 막는 심리적 강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도 "사형 제도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은 사형제도의 문제가 아닌 비민주적인 권력 문제"라며 "사형제 폐지는 살인범죄의 피해자를 증가시키는 반인권적·반헌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형제 폐지로 늘어날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왜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사형제 폐지 찬성 측에서 대체형벌로 제시한 종신형에 대해서도 "사형이 비인도적인 형벌인 것은 맞지만, 대체형벌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비인도적 형벌"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번 청문회 결과를 참고해 사형제도 폐지와 대체 형벌에 관한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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