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감원 특사경 '스포일러'부터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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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5-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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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폭행이 영화 어벤져스를 상영하던 홍콩 극장가에서 일어났다. 피해자(?)는 스포일러다. 한 남성이 영화 결말을 미리 외쳤다가(이런 사람이나 행위를 스포일러라 부른다) 두들겨맞았다.

극장에서는 뭇매로 끝났지만, 주식시장에서 스포일러는 더 심각해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경영 상황을 공시하지 않은 채 트위터에 먼저 올렸다. 그는 이런 대가로 200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머스크는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은 정보를 트위터에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야 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스포일러는 많다. 상장법인 임직원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한술 더 떠서 허위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진짜 정보처럼 흘리기도 한다. "5월 수익률 35% 보장"이라거나 "초대형 호재 발표 임박"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다수에게 뿌리는 작전세력이 있다. 이런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서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빠져나가는 것이다.

아예 대놓고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이런 세력은 더 조직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선다. 스스로 만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메일로 보내줄 뿐 아니라 이런 HTS에서만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도 유통시킨다. 사설 도박장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미 스포일러로 한두 차례 재미를 본 투자자는 끊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알고도 눈감아왔다. 워낙 이런 사례가 많고,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 일일이 대응할 수 없었다. 실시간 주식시장 감시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맡아왔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주무당국인 금융감독원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시감위만 피하면 불공정거래를 저질러도 거의 잡히지 않았다는 거다.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금감원이 곧 강제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을 운영한다. 특사경은 압수수색이나 출국 제한, 통신조회와 같은 강제적인 조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법하게 투자권유 문자를 보냈다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 수사범위조차 금융위원회에서 선정하는 긴급조치 사건으로 한정됐다. 특사경 인력도 10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특사경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스포일러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뿐 아니라 건전한 자본시장 참여자도 쫓아낸다. 특사경에게 맡길 첫 사건으로 스포일러가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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