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압박 견제? 북한 전술유도무기 발사 속뜻은(종합)

문은주 기자입력 : 2019-04-18 14:04
17일 김정은 시찰 하에 발사...'재래식 무기' 추정 "비핵화 요구하는 미국 견제용"...북·러 회담 주목
북한이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찰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거듭 일방적인 선(先)비핵화를 촉구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견제? 北 "군수 생산 정상화" 발언 주목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외신은 조선중앙통신(KCNA)을 인용해 "김 위원장은 시험 발사 현장을 시찰한 뒤 '인민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 있어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며 "군수 생산 정상화와 국방 과학 기술을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단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 무기 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CNBC는 "KCNA는 이날 실험한 무기에 대해 △특수 비행을 유도하는 방식 사용 △강력한 '탄두' 장착 △설계상 수치 완전 검증 등으로 소개하면서도 어떤 무기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는 반대되는 '전술적인(tactical)' 단거리 무기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핵무기와 생화학적 무기 등을 제외한 '재래식 무기'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의 이동이나 재처리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주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공개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근거로 "영변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방사화학 실험실 인근에 5대의 특수 궤도차가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가 무기 관련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처리가 진행 중인 것이라면 '중대한 전개(significant development)'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첫 실험 발사라는 점에서 외신들은 신형 무기 개발을 앞세워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를 떠넘기려고 한다"며 비난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주에 "트럼프와의 관계가 좋았지만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제3차 정상회담을 가질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백악관 안팎에서 북·미 정상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면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일방적인 요구가 나오는 것이 북한의 불만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중·러 끌어안기?...외화벌이 위한 '과시용' 해석도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외신은 "북한 고위급 관리들이 이달 들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연쇄 방문한 만큼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을 연다면 유력한 날짜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의 일정을 감안해 24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제재 해제를 위한 정당성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노이 회담 때처럼 중국을 경유해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월에도 하노이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종단한 뒤 베트남 하노이에 입성했다.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전용기 대신 열차를 타고 중국을 경유한다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외교적으로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이번에 북한이 시험 발사한 무기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중거리나 장거리 미사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인 지난 2017년 8월 북한의 핵실험을 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언급하면서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타격 가능성을 예고했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지 못한 만큼 대전차유도미사일과 같은 단거리 시스템으로 보인다"며 "정책 결정자 등은 이번 시험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협상의 문을 닫기 위해 의도한 신호라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측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시험 발사는 대북제재로 인해 사실상 '돈줄'이 상당 부분 차단된 상황에서 경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북한이 자체 생산한 재래식 무기는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만큼 핵실험을 감행하는 대신 한층 발전한 신무기를 공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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