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산은은 왜 서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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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 기자
입력 2019-04-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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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합병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폭넓은 논의를 했다. 인수 추진 발표도 산은과 조율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한 고위 관계자가 대우조선 합병 추진 사실을 서둘러 밝힌 이유에 대해 한 말이다. 계약 당사자인 산은이 '설계자'로서, 어떤 의도대로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합병 과정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 반대로 흘러왔다. 2조원대에 이르는 빅딜이지만 본계약 체결 전부터 모든 과정이 일반에 상세하게 공개됐다. 

이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거래 당사자들은 딜이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어느 한 나라라도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면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어, 당사자들 입장에선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본계약 체결 전에 기업결합심사를 청구하고 '통과'를 종결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보통"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조선업과 가까운 해운업만 찾아봐도 M&A 실패 사례가 숱하다. 대표적으로 2014년 세계 1~3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3사는 해운동맹을 맺기 위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지만 중국 측에 의해 무산됐다. 독과점이 이유였다.

다른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조선사의 합병을 환영할 국가는 없다"면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을 비롯해 최대 수요처인 EU 등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실적에만 매몰, 일을 성급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산은 입장에선 언젠가 새나갈 극비인 만큼, 먼저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들도 있기 때문에 설득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합병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선 여느 때보다 절묘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너무 서두르면 다 된 일도 그르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복기한다면, 세계 최고 조선사 탄생은 현실이 될 것이다.

 

류태웅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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