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 "블록체인, 고립된 환자들 연결고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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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04-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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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사후관리 솔루션에서 블록체인 기반 환자 커뮤니티 서비스로 변환

  • 영어 논문·최신 신약으로부터 고립된 환자들 사이 간극 메우는 역할


한국에서 헬스케어 사업은 규제의 장벽이 높다. 스타트업에는 더 높은 장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는 병·의원 수술 환자들의 사후관리 솔루션에서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환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개인의 건강 정보를 기록하고,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제약사·연구기관에 제공할 수도 있다. 환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이미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규제의 장벽을 넘기 힘든 헬스케어 스타트업임에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하고 3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휴먼스케이프를 이끌고 있는 장민후 대표는 창업 5년째를 맞이한 사업가다. 팀이 결성된 시기는 2013년. 장 대표는 임신부의 월령 주기에 따라 의료정보를 만들어주는 앱을 개발해 론칭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아이템은 잘되지 않았다.

이후 지불 의향을 갖춘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성형 견적·예약 앱을 개발했으나 의료법상 불법이어서 사업을 철회했다. 셋째 앱은 병·의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의 사후관리를 도와주는 모바일 앱이었다. 정형외과 물리치료실, 어린이 치과 등 수요처도 다양했다. 그러나 점점 병원 영업 업무가 더 늘어나면서 다음 단계의 사업을 꿈꾸게 됐다.

휴먼스케이프는 현재 19명이 일하는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기획자를 포함해 상품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은 9명이다. 법인 나이로는 만 3년을 채웠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휴먼스케이프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의료데이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병원의 의무기록이다. 의무기록은 소유권이 환자에게 있으며 병원에는 보관의무가 있다. 소유권 문제 때문에 영리적인 목적으로는 사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비영리적인 목적으로도 비식별화해 사용하는 게 현행 의료법이다. 또 병원마다 포맷도 상이해 데이터 오차를 줄이는 데이터 클리닝 과정에서 너무 많은 노동이 들어간다.

그래서 관점을 바꿨다. 환자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환우들이 모인 환우회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자들이 동의해주면 영리·비영리 목적 모두에 사용할 수 있고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해 수익이 나면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상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환자 커뮤니티 아이디어는 거기서 출발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화폐가 온라인에서 유통될 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 주목받았다. 이를 의료에 접목해 의료 데이터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작년부터는 제약회사나 의료인, 연구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생태게를 구성해 보자는 그림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상반기에 론칭할 계획이다."

-왜 희귀질환인가.
"질환마다 환자들의 동기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기는 내가 나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데이터를 입력할 동인이 거의 없다. 하지만 희귀난치질환은 증상이 발현됐다가 가라앉는 것이지 낫는 게 아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입력해 경제적·비경제적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가 강할 것으로 봤다."

-난관이 많았을 것 같다.
"환자들의 마음을 여는 게 가장 힘들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환우회의 경우만 해도 처음 만나서 사업을 소개하고 소위 '치고 빠지는' 식으로 돈을 벌어보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마도 이런 서비스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환우회 회장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환자 데이터가 중요한데 수집하기 위해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셨던 덕분이었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환자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제도 측면에서의 장애물은 어땠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상을 투명하게 지급하기 위해 '흄'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국내에서는 ICO(가상화폐공개) 금지라는 멘트가 있다 보니 해외 법인을 설립해 상장해야 했던 문제들이 있었다.

또 헬스케어의 경우 규제가 많다. 일단 원격의료는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저희같이 IT기술을 이용해 치료기회를 확대하는 사업을 구상하다가 법 때문에 안 되는 케이스가 많다. 물론 규제를 하는 이유가 없는 건 아니라서 현행 법과 제도 내에서 환자들에게 효용을 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

-환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해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나.
"환자들에게 암호화폐로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작동이 어렵다. 희귀질환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데이터를 제공하고 받는 경제적 보상으로는 가계 살림에 보태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서 근본적인 효용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근본적인 효용은 치료기회 확대인데, 데이터를 제공하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만 이 또한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희망만 드릴 수는 없으니 소모성 의약외품과 같은 것을 보상으로 주는 방안을 생각했다."

-휴먼스케이프의 블록체인 환우 커뮤니티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올해에는 처음 취급하는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RP)으로 레퍼런스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데이터가 수집되고 필요한 사람과 연계되는 성과들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보 교류의 한계를 느끼고 고립돼 있는 환자들 사이를 메우고 싶다.
한국의 희귀난치병 환자들은 고립돼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기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끼리도 고립돼 있다는 것이다. 환우회가 있기는 하지만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외 논문을 뒤져야 한다. 그냥 영어도 아니고 의학용어가 난무하기 때문에 신약이 나오더라도 정보가 늦을 수밖에 없다. 환자끼리의 고립, 환자와 의료진과의 고립, 신약으로부터의 고립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계속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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