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볼턴, '리비아 모델' 환상서 벗어나야 북핵협상 이뤄질 것"

4일 '제3기 한중고위지도자아카데미' 조찬 간담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결국 '리비아 모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북핵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7시께 '제3기 한중고위지도자아카데미' 조찬 간담회에 참석, 과거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모델을 주장해 깨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작년 5월에 북·미가 6월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을 합의해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취소한 바 있다"며 "이유는 볼턴 보좌관과 마이클 펜스 부통령이 '리비아식 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강경파가 주장하는 리비아식 모델의 내용은 '선 핵폐기-후 보상'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수락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기억으로 인해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신뢰할 수 없고, 북한의 행태 바꾸는 최선의 방법은 압박과 제재라고 봤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 때부터 아주 오랜 기간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북한은 전혀 망할 조짐 없이 더 강하게 핵 활동을 해왔다"며 미국 내 여론 변화가 생겼음을 설명했다.

문 특보는 "미국 내에서도 '제재 압박 하에선 협상이 안 된다'고 느낀 것"이라면서 "실제로 북미가 대화모드로 들어선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한 번도 미사일·핵 실험이나 위성 실험 등을 감행하지 않았으며, 단 한 차례의 군사적 이상징후를 보인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그렇게 강조하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북미대화 이후 과거에 비해 인권문제가 악화됐다는 징후가 하나도 없다. 이처럼 미국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확신갖기 때문에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연합뉴스]

또한 문 특보는 하노이 선언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빅딜'(미국)과 '스몰딜'(북한)이라는 양자가 수용될 수 없는 부조화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반에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비교적 합의에 이르렀으나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을 들고 와 판이 깨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급반전된 변수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 언론의 90% 이상이 마이클 코언(트럼프 대통령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포커스가 맞춰진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어중간한 결과가 나오면 하노이 선언이 주목을 못 받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라면서 "존 볼턴이 이걸 교묘하게 이용해서 트럼프의 입장을 (빅딜로)바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 문 특보는 북·미 회담 실패 간접 이유로 일본과 한국의 분열된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을 대하는 싱크탱크의 대부분이 일본과 연계돼 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일본의 입김이 워싱턴에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 남한이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들도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