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이(李) 총리, 덤덤한 리(李) 총리...한·중 미세먼지 인식 ‘온도차’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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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海南)=원승일 기자]
입력 2019-04-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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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국 총리 회담 모두발언, '미세먼지' 빠져

  • 이 총리 "양국 환경장관 회담 합의사항, 빨리 이행하도록 독려하자"...리 총리 원론적 답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중국 측에 요구하는 입장이었죠. 사실 미세먼지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우리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중국이 아쉬울 게 없잖아요. 리커창 총리로부터 환경 협력 얘기를 끌어낸 것만도 대단한 일입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하이난(海南) 보아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양자회담 후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환경분야로 논의된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총리 인식 차이는 컸다. 이 총리는 절실했지만, 리 총리는 덤덤했다. 그날 서울 평균 기온은 9~16℃ 포근했지만, 중국 하이난은 23~29℃로 더웠다.

회담에 앞서 공개된 두 총리 모두발언에는 양국 경제무역 협력과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 등이 거론됐다. 미세먼지는 빠졌다. 우리 측은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배석했지만, 중국 측은 리간제((李干杰) 생태환경부 장관 등 관계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이 총리가 먼저 미세먼지를 언급했다.

그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은 양국 모두에 시급한 국가 과제"라며 "함께 협력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2월 26일 열린 양국 환경장관 회담의 합의사항을 빨리 이행하도록 독려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답을 원했다.

반면 리 총리는 "양국이 소통을 강화하면서 환경 플랫폼(공동 협의체)을 잘 활용해 협력하자"고 했다.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답이 돌아왔다.

양국은 지난 2월 열렸던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대기질 예보 정보와 기술 교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요약보고서 발간 △대기질 공동연구사업 ‘청천프로젝트’ 확대의 조속 이행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그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 등에 대한 공동연구, 기후변화에 따른 공기 정체 등 공동대응, 고농도 미세먼지 조기경보,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공동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어 "보아오포럼 이사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내 미세먼지 범국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만큼 한·중 간 긴밀한 공조를 기대한다"며 "각자가 노력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을 병행하자. 협력 범위를 넓히자"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환경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환경 연구·개발(R&D), 환경 제품, 무역투자에서 협력 전망이 매우 밝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논의는 여기까지였다. 양국 미세먼지 저감 대책 논의는 일보 진전되지 못한 채 기존 합의만 재확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2019 보아오(博鰲) 포럼' 연차총회 전날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중국 충칭(重慶)에서 이 총리에게 공개되지 않은 리 총리와의 후일담을 물었다.

그는 "그런 것은 없었고. 말하는 것을 하나하나 응답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다시 만나자' 하고 끝났다"며 "원래 중국 지도자들이 워낙 대국이라 우리처럼 세밀하지 않다. 질문에 대해 일대일로 대답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한·중 총리회담은 2016년 6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열린 것으로, 이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었다.

이 총리는 오는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청했다.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회담 때 리 총리의 방한도 요청했다.

리 총리는 "초청에 감사드린다. 이 총리의 중국 방문도 기대한다"며 "각 레벨에서 대화를 유지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한·중 총리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로 한 게 첫 회담이자 ‘미세먼지 외교’로서는 유일한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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