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특허의 빈익빈 부익부, 그래도 특허의 신세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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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3-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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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돈 소셜아이피허브 대표

이병돈 소셜아이피허브 대표[사진=본인 제공]


특허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엄연히 존재한다. 특허 사무소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하여 부장으로 20년간 근무하면서, 그리고 특허관리회사를 설립하여 3년간 기업들과 특허사무소를 만나면서 더 강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말 그대로 냉엄한 현실이다.

삼성, LG, 서울반도체 같은 대기업 또는 리딩 기업은 지식재산 전담 부서(특허팀)를 구비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에 적용할 기술이 개발되면 특허팀에서 특허 출원 여부를 검토하고 선별해 발명자와 특허팀 담당자가 발명 미팅을 하고, 발명 내용을 보완한 후에, 발명자·특허팀 담당자·특허사무소 담당자가 발명 미팅을 또 수행한다. 이후 특허사무소에서 특허 명세서 초안을 보내오면 발명자와 특허팀 담당자가 검토하고, 특허사무소에 수정안을 요청해 특허명세서의 내용을 탄탄하게 한다.

반면, 개인이나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은 아이디어 수준의 기술을 특허사무소에 특허 출원 의뢰한다. 발명 미팅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허사무소에서 특허 명세서 초안을 보내오면 십중팔구 ‘수고하셨습니다. 그대로 출원해 주세요’라고 회신한다. 특허사무소는 큰 부담 없이 특허 출원을 완료한다. 요즘은 특허청의 심사를 통해 의견제출 통지서가 적어도 한두 번 나온다. 특허사무소는 ‘특허청 심사결과 거절 이유가 나왔는데 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기업에 보내온다.

기업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거절 이유를 극복하고 특허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기술 검토와 대응안을 특허사무소에 제공해야 하는데, 할 만할 사람이 없고 번거롭다고 여겨 알아서 포기 메일을 회신하고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한다.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사무소에 거절 이유에 대한 극복 방안을 물어본다. 특허사무소 담당자는 의견제출 통지서의 내용을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기업에 보내온다. 다행히 대응할 만한 내용이 있는 경우라면, 기업은 특허사무소에 ‘검토안대로 진행해달라’고 회신하면 된다.

특허사무소로부터 ‘의견제출통지서를 검토한 결과 심사관의 지적이 타당하고, 거절이유를 극복할 만한 다른 기술적 사항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받는 경우라면 기업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더 이상의 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특허사무소에 보내고 해당 특허 출원은 종료된다.

대기업의 경우, 특허사무소로부터 의견제출 통지서 보고를 받으면, 특허팀에서 발명자에게 기술 검토 의견을 요청하고, 특허사무소에 대응 방안을 요청한다. 특허사무소로부터 ‘의견제출통지서를 검토한 결과 심사관의 지적이 타당하고 거절 이유를 극복할 만한 다른 기술적 사항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보내오더라도, 특허사무소의 담당자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 대응방안을 찾아 특허사무소에 보내준다. 거절이유가 해소되고 특허 등록에 이르게 된다.

”특허··· 사실 주위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그냥 냈는데, 특허가 투자받는 데 그렇게 중요한지를 몰랐어요. 특허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0명 규모의 한 스타트업 대표가 한 말이다. 이 스타트업은 올해 초 100억원이 넘는 기관투자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 기업은 3건의 등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3건의 특허 출원 과정에서 특허청으로부터 모두 의견제출 통지서를 받았다. 특허사무소에서는 ‘의견제출통지서를 검토한 결과 심사관의 지적이 타당하고, 거절 이유를 극복할 만한 다른 기술적 사항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보내왔다. 발명자는 이미 퇴사한 상태였다. 특허사무소 담당자도 퇴사한 상태였다.

다행히 이 기업은 특허관리를 통해 특허 출원 때부터 회사의 발명자와 특허사무소 담당자 등과 함께 발명미팅을 했다. 특허명세서 초안 검토에도 우리 회사가 관여하고 특허사무소의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다시 분석하고 심사관의 거절이유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특허사무소에 전달했다. 결과는 3건 모두 특허 등록을 받아냈다. 3건의 등록 특허는 투자유치에 혁혁한 가치를 발휘했다.

대기업은 자본력, 인프라, 인력, 기술력에 있어 탁월하다. 반면 개인,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매우 열악하고 응용기술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빈번하다. 사람들은 ‘특허에도 빈익빈 부익부’라고 말하고 자조적인 탄식과 불평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대표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대기업의 특허팀 서비스를 외부로부터 조달하여 활용할 수 있다. 특허에 빈익빈 부익부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찾고자 하는 자는 특허의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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