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인도에서 인터넷의 미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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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3-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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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공룡들, 인도 인터넷 시장 선점에 총력...신규 서비스 실험도 활발

인도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는 약 5억명. 이들은 스마트폰을 도구 삼아 무서운 기세로 인터넷 세상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전히 8억이 넘는 인구는 '오프라인' 상태다. 이들은 아직 스마트폰을 손에 쥐거나 인터넷을 경험한 적이 없다. 실리콘밸리 공룡들은 이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 점령한 인도 네티즌

유튜브는 인도인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 '톱10' 중 인도 채널이 4개를 차지했다. 주로 인도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채널이다. 

이 중 '티시리즈(T-Series)'는 2013년부터 전 세계 구독자 1위 왕좌를 지켜온 스웨덴의 '퓨디파이(PewDiePie)'를 위협하고 있다. 구독자수는 두 채널 모두 최근 9000만명을 넘기며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동영상 누적 조회수로는 티시리즈의 압승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젊은이들에게 유튜브가 인터넷과 동의어로 통한다고 전했다. 재미를 찾거나 정보를 얻거나 친구를 맺을 때 인도 젊은이들은 수시로 유튜브에 접속한다. 특히 대도시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방일수록 자기계발에서 인생조언까지 유튜브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라잔 아난단 구글 인도·동남아시아 담당 부사장은 최근 미국 경제지 포천에 “인도가 세계 최초로 ‘비디오 우선 디지털 경제’를 형성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유튜브 티시리즈 채널에 있는 'Nai Lagda' 뮤직비디오 [사진=유튜브]


인도는 유튜브를 비롯해 외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중국이 구글을 비롯한 서구 인터넷 기업에 빗장을 걸어 잠근 것과는 딴판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앱인 왓츠앱은 인도에서 2억명 넘는 이용자를 끌어 모으면서 ‘국민메신저’로 등극했다. 글을 몰라도 왓츠앱은 안다는 말이 돌 정도다.

최근에는 중국 앱의 인도 공략에 가속이 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2월 인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톱10 중 중국 앱이 4개나 포함됐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중국 소셜미디어 앱인 틱톡은 왓츠앱을 밀어내고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12일 인도에서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과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포티파이는 유튜브보다 한발 앞서 지난달 말 인도에서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인도에 약 200만명의 구독자를 둔 넷플릭스도 인도 시장 확대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밖에서 콘텐츠 제작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곳이 인도다. 넷플릭스는 인도 현지에서 10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인도 구독자를 1억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도 퍼스트, 월드 넥스트'

인터넷 공룡들이 인도에 미래를 거는 것은 인터넷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거대한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약 9000만명이 온라인으로 편입, 인터넷 이용자가 5억명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6억명을 돌파하고, 2025년엔 8억5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7개국(G7) 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인도 인터넷 인구의 특징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저렴한 통신요금과 값싼 스마트폰의 보급에 있다. CNN에 따르면 인도의 데이터 사용료는 2016년 1GB(기가바이트)당 206루피(약 3376원)에서 2018년에는 12루피까지 떨어졌다. 이런 변화는 2016년 인도 최대 부호 무세키 암바니의 릴라이언스그룹이 이동통신사 릴라이언스지오를 출범, 4G 통신망 구축과 파격적인 요금제로 통신 시장을 뒤흔든 것이 계기가 됐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른 통신사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하면서 인터넷 진입 문턱이 확 낮아졌다. 또 삼성이나 샤오미를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인도인의 온라인 편입을 지원했다.

실리콘밸리 공룡들은 아직 인터넷을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인구 8억5000만명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도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통신 서비스 구축과 디지털 문맹 퇴치 교육에 힘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난단 구글 부사장은 "인도 시장에서 3분의 1만이 온라인 상태다.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지금의 투자는 앞으로 10~15년에 걸쳐 큰 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15일(현지시간) 인도 콜카타의 한 시장에서 한 상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가파른 성장과 막대한 투자가 맞닿은 인도는 인터넷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거대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인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을 시험해 반응을 보고 다른 시장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우버는 지난해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라이트버전을 인도에서 처음 출시했다. 데이팅어플 틴더는 인도 서비스 버전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대화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이 먼저 대화를 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두 회사 모두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이 서비스를 다른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NN은 이런 현상을 "인도 퍼스트, 월드 넥스트(India first, world next)"라고 표현했다. 인도가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의 시험무대로 부상했다는 말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인도 시장에 진출한 뒤에야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인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지만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도 시장에서의 경험이 다운로드나 파일 크기 축소 등의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다른 신흥시장 적응에도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인도를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험무대로 삼아 2011년부터 피처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페이스북 버전을 소개하는 등 인도 시장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티시리즈 등 인도 현지 대형 음반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자신의 게시물에 노래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키 다스 페이스북 남아시아 공공정책 디렉터는 CNN에 “인도는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최우선 순위”라며 "인터넷의 미래는 인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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