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인가?

황은정 변호사(법무법인 이안)입력 : 2019-03-23 09:00
같은 음주 교통사고라도 적용법률 다양
1. 들어가며

매년 20만 건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단속된다. 이중 약 10%정도가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2013년부터 조금씩 감소되는 추세이긴 하나 실제 음주운전을 하고도 단속되지 않은 경우를 상정해보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음주운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음주운전의 위험이나 그로인한 폐해는 굳이 필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최근 하루가 멀다고 보도되는 음주 사고들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상하는 결과가 발생하면 통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최근 만취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휴가 중인 상병을 치어 사망케 한 사건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 문제되었다. 같은 음주 교통사고인데 적용 법률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음주운전자의 당시 상태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처벌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음주운전의 경우 가해지는 처벌(행정처분 포함)과 이슈가 되는 특가법이 적용되는 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음주운전만 한 경우

가. 음주운전죄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 등을 운전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는다. 여기서 술에 취한 상태란 혈중알콜농도가 0.05퍼센트 이상인 경우를 의미하며 혈중알콜농도가 증가할수록 처벌수위도 높아진다. 2019.6.25.부터는 0.03퍼센트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된다. 현재 3회 적발시 가중처벌되나 2회 이상으로 변경된다. 나아가 3회 음주운전시 면허취소되는 현행제도도 변경이 예상된다.

나. 음주측정불응죄

음주운전 단속을 위해 경찰공무원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경우 운전자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측정거부는 음주측정기에 호흡을 불어넣는 것을 거부하는 것만 아니라 음주감지기에 대한 시험을 거부하는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17도5115 판결). 측정거부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관에게 차량으로 위협을 가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죄도 추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3.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케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반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하나, 음주운전이라면 합의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
나아가 음주교통사고로 대인사고를 야기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사고 발생시 보험처리 과정에서도 운전자는 피해자에 대한 대인, 대물배상금 중 일부를 면책금으로 보험사에 지급하여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나. 위험운전치사상죄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사람을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특가법 제5조의 11이 적용된다. 여기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 함은 주취운전을 한 모든 경우가 아니라 운전자가 술에 취해 전방주시가 곤란하거나 운전자의 의도대로 핸들 또는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일명 만취상태로 운전하는 것은 대형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 과실로 발생한 일반적인 교통사고보다 비난가능성이 크다. 이에 입법자는 만취운전에 대해 형을 가중하고 있는데 최근 개정되어 2018.12.18.부터 시행중인 특가법은 상해의 경우 1년이상 15년 이하의 징역(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 사망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법정형이 상향된 바 있다. 그러나, 형벌불소급 원칙상 개정법 시행일 이후에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처럼 음주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심신상태에 따라 적용 형이 달라지다 보니, 당연히 운전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 여부가 많이 다투어진다. 운전 중에 동승자와 딴짓을 하느라 앞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예이다. 혈중 알콜농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재판에서는 사고발생 당시 주취 정도, 사고 발생 경위와 위치, 사고 전후 운전자의 태도(사고 전 비정상적인 주행을 하였는지, 사고 전후 비틀거렸는지, 혀가 꼬여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였는지, 사고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운전자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전방주시 의무 등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게 된다.

4. 나가며

일제 탄압에 애국지성들이 절망감에 빠져 술에 의존하며 「술 권하는 사회」 탓을 하는 내용의 소설이 있다. 슬프기도 어쩌면 낭만적이기도 하다. 비단 일제 강점기에만 술이라는 위안이 필요한 것이 아닐 터. 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영원히 애주가들의 친구가 될 것이다. 술을 마시는 것은 인간의 자유이자 행복일 수 있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를 사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진=법무법인 이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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