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트럼프가 달러의 적이다

김창익 IT과학부 부장입력 : 2019-02-22 14:47
- 저유가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달러 패권엔 위협적

미중 무역전쟁은 구조적 문제다. 일시적 도전과 응전의 이슈가 아니다. 구조화란 레일 위에 올라서면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열차는 결국 정해진 목적지로 간다.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이같은 구조화를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루즈벨트와 닉슨이 만들고 부시 부자가 유지했던 미국 패권 시스템을 트럼프가 무너뜨리고 있다. 의도와는 반대다. 

미국의 패권은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나온다. 지난 한 세기 이 구조를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뒷받침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건 석유를 오직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닉슨 미국 대통령과 압둘라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1974년 맺은 달러결제 협약부터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금으로 바꿀 수 없게 된 달러를 사우디가 석유로 바꿔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호흡기를 뗄 뻔했던 달러가 회생한 순간이다.   

2차대전 후 미국은 달러 시스템의 정점에서 산업을 고도화 했다. 남부 면방직으로 먹고 살던 미국 산업이 자동차와 항공기를 생산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달러의 주조이익(액면가액과 주조비용의 차이)으로 미국은 세계 경제의 소비를 담당했다. 티셔츠와 팬티의 생산 공백은 중국산으로 채웠다.

달러는 넘쳐나는 데 더욱 싼값에 생필품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우디는 오일달러로 미국 국채에 투자해 왔다. 그리고 최첨단 미국 무기를 샀다.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80년대 세계 경제 호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100년간 유지돼 온 이같은 세계 경제 구조가 깨지고 있다. 이번엔 중국의 산업 고도화 때문이다. 티셔츠와 팬티를 만들던 나라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와 통신장비를 만든다.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지난 한 세기 톰 아저씨가 앉았던 원유 시장 VVIP룸 최고 자리 왕서방이 차지했다. 중국은 공장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세계 1위 원유수입국이 됐다. 2015년 하루 평균 원유수입량은 740만배럴로 미국(720만배럴)을 앞질렀다. 2017년 중국 원유수입액은 1607억5100만달러다. 전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235억12만달러)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다음이 사우디(204억38만달러)다.

중국은 사우디에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달러 결제 시스템을 깨라는 것이다. 당장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만 사우디가 VVIP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긴 힘들 것이다.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달러 시스템은 급격히 붕괴한다.

그 사이 미국은 2017년 하루평균 1100만배럴 원유을 생산,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 지난주엔 하루평균 1200만배럴을 뽑아내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다.

석유를 자급한다는 게 미국 경제에 좋은 일만은 아니다. 석유를 사지 않는 미국은 사우디 입장에선 적과 다를 게 없다. 왕서방이 VVIP룸에 들어오면서 금이간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트럼프는 낮은 유가를 원한다며 OPEC을 노골적으로 압박한다. 러시아와 OPEC은 유가가 떨어지자 감산에 합의, 반(反) 트럼프 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중국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은 100% 전략적 선택이다. 사우디는 IS를 지원하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다. 달러 시스템만 아니면 미국은 이라크보다 사우디를 먼저 폭격했을 수도 있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트럼프는 언제든 빨간 버튼을 누를 것이다. 

5G(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 보이콧을 요청한 지 100일 정도가 됐다.

지난 100년간 값싼 중국산 제품의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 한다. 중국에 우린 자동차와 항공기를 만들테니 너는 티셔츠와 팬티를 만들라고 했던 미국이 긴장을 한다. 중국이 통신장비 등 최첨단 IT 시장을 장악하면서다.

중국은 생산하고 미국이 소비했던 세계 경제구조가 급격히 깨지고 있다. 트럼프의 저유가 정책과 보호무역주의가 붕괴 속도를 가속화 한다. 톰 아저씨의 호시절은 끝났다. 그들은 어느 순간 사우디에 무기를 팔아 돈을 벌수도, 중국산 값싼 티셔츠와 팬티를 살 수 없게될 지도 모른다. 영국과 뉴질랜드 정부가 트럼프의 반(反) 화웨이 연대를 거부한 건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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