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北개방 대비 ... 남북협력 특단조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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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9-02-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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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북·미 간 상생을 위한 결단과 양보의 미학이 요구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노이발 춘풍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훈풍으로 작용하길 학수고대해 본다. 

북한은 현재 안보형 군사국가의 끝자락에서 발전형 경제국가로 넘어가야 할 초기 단계에 있다. 이 전환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경제개발을 위해 안정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구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건국 초기 체제 생존과 외부의 위협에 대비한 군사적 방비에 주력했었고, 북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발전형 경제국가로 진입한 국가의 지도자는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为天,而民人以食为天)’는 경구를 명심해야 한다.

등소평은 ‘빈곤이 사회주의가 아니고 사회주의의 목표는 모두가 부유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이 ‘도이머이’를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켜 경제 활력이 넘치는 국가가 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의 등소평이 되고 싶다면 개방을 통해 북한을 발전국가로 전환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사회주의 배급 시스템이 붕괴되어 주민들이 부족한 물품을 장마당(시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배급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은 사회주의가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고 인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주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몫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동북아의 체스판에 새로운 질서 구축이 진행되고 있고 남북관계의 패러다임도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겐 1988년 7·7선언 이후 30여년 만에 다가온 절호의 기회이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다가오는 평화의 시기를 창출해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 할 것이다. 이 시기에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거 냉전적 지정학적 사유와 탈냉전의 지경학적 사유를 변증법적으로 진화시킨,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가치가 응결된 ‘지역운명공동체’의 구축이라는 지전략적(geo-strategic) 사유가 요구된다.

현재 강대국들은 군사적 수단보다 무역과 기술 같은 경제적 수단들을 강력하게 구사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북·미 간 담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물밑에서는 북한을 선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북 제재 동안에도 중국은 랴오닝성 단둥을 중심으로 북한지역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진행했고, 미국 투자가들도 북한에 대한 투자항목과 가능성을 비밀리에 탐색하고 있다. 만일 북한 개방이 가시권에 진입하면 북한의 세제와 무역 등 투자 관련 법률 개정, 경제의 자유화와 국유자원의 민영화, 은행·광산·공장·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해외투자 기업의 소유권 법제화가 강대국의 주된 공략목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남북한이 협력하여 귀중한 민족의 재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개방 이후를 염두에 둔 남북 간 협력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선의로 수용하여 열린 마음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토대 위에서 남북한이 협력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매진해야 함은 물론 지경학적 협력으로 형성된 남북한의 주도권 강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이고, 실제로 남북이 원하는 경제공동체의 실현도 가능할 것이다. 지경학적 레벨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라는 고도(孤島)의 닫힌 빗장을 열어야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북한은 여태까지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는데 아무런 체제 보장도 없이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즉,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여 모든 것을 다 내놓는다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목표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까지 가기 위한 과정도 중시해야 한다. 쌍방이 모두 최소의 비용만 지불하고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속담에 ‘손해가 복이다(吃亏是福)’라는 말이 있는데, 쌍방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임한다면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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