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⑨21세기 미·중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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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입력 2019-01-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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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사진=AP·연합뉴스]


21세기의 미·중 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두 나라가 지금 어느 쪽으로 방향키를 잡고 항해하는지 모두 궁금할 것이다. 미·중 양국 간 무역 분쟁, 남중국해 등에서 바라보면 갈등만 산적해 보인다. 현재 이들의 입장과 행보에서 보면 갈등만 양산되는 것 같다. 이런 갈등 해결을 위해 미·중 양국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협력할 태세는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협력과 갈등’이 뒤얽힌 관계 속에서 이들이 협력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을까. 이들의 의지에 따라 미·중 관계의 발전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미·중 관계의 발전 방향이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과 갈등’의 양상이 두 나라 관계에서 모두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딜레마로 작용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나마 과거에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미·중 양국 간에 협력과 갈등의 주기가 일정한 유형(패턴)을 가지고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중 양국관계의 발전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는 이런 패턴을 찾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21세기 이전, 아니 아들 부시 정권까지의 미·중 관계의 패턴은 미국 대통령의 임기와 주기(사이클)를 같이했다. 대부분 미국 대통령의 임기를 연임으로 가정하자. 그러면 미·중관계의 주기를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재임 때로 나눠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미·중 관계가 4년마다 하향과 상향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여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대부분의 첫째 임기 동안 새로 선출된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탐색전을 벌였다. 이는 이들의 출신 배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대통령 대부분이 주지사나 의원 출신이었기 때문에 외교 경력이 거의 전무했다. 대표적인 주지사 출신의 대통령은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과 아들 조지 부시 등이 있었고, 의원 출신으로는 존 케네디와 버락 오바마 등이 있다.

때로는 부통령 출신도 있었다. 부통령으로서 외교경험이 있었던 이들의 대중국 외교 특징은 전임 정부나 자신의 선임들과 다른 정책 기조와 입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해리 트루먼,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와 아버지 조지 부시 등이 대표적인 부통령 출신의 대통령이다. 닉슨은 케네디와 그의 암살로 승계한 존슨 정부의 대중국 강경책과 상반된 유화책을 채택했다.

닉슨의 사임으로 승계한 포드는 재선에 몰입하느라 입장을 밝힐 겨를도 없었다. 아버지 부시는 첫 임기 때부터 그의 선임자인 레이건의 첫 임기 때의 강경책과는 다른 유화책을 선호했다. 이들이 출신 당과 선임자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지 않고 노선 변화를 꾀하자 새로운 탐색전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이들도 첫 임기에 본의 아니게 강경책을 동원하면서 초반에 중국의 기선을 제압이 필요했다.

외교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출된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과 아시아 문제는 매우 생소했다. 미국 외교의 전통 순위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슈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다. 아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전략 이익에 중요했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행정부와 의회를 의식해 중국의 ‘간을 보기’ 위해 우선 중국을 자극했다.

이들의 중국 간보기는 대통령 선거유세 때 보여준 자신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대한 신념을 또한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이유로 첫 임기 동안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해 중국의 반응을 보는 식의 ‘간보기’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바마 대통령 이전까지 미국 대통령의 첫째 임기 때 통용되었던 대(對)중국 전략의 패러다임이다.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후 중국을 방문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중국에 큰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이들의 대중국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대중국 인식 변화는 미국의 대중국 관계 변화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미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미·중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계의 유효기간도 4년에 불과했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한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은 또다시 긴장 상황을 연출, 미·중 간의 좋았던 분위기가 다시 싸늘해지는 양상을 우리는 늘 볼 수 있었다.

미국의 대중국 관계가 정권과 지도자의 교체 주기에 따라 본질적인 변화를 보였다면, 중국은 어떠했나. 중국은 5년마다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 중국 역시 미국과 같은 연임제다. 1990년 장쩌민(江澤民) 정권 이후 모든 중국 지도자가 연임했다. 중국 지도자 임기가 5년이기 때문에 미국 지도자의 주기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운명의 장난일까. 탈냉전 시기 시작부터 아직까지 거의 같은 주기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미·중 지도자의 연임 기간 때 양국 관계가 더욱 우호적으로 발전하는 호황을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30여년 동안 미·중 관계 발전의 패턴과 방향은 유지됐지만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균열하고 있다. 그는 취임한 해 중국을 방문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을 자처했다. 이에 성공했으나 귀국 직후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의 늪에 빠졌다. 이후 오바마 정권 7년 동안 미·중관계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는 시진핑 (習近平) 정권의 출범과 함께 연임했으나 새로운 중국 정권에 대한 미국의 ‘간보기’는 계속돼 관계 개선의 기회가 없었다.

시진핑의 연임 직전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는 당선 직후 대만 총통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중국 ‘간보기’를 바로 이행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을 시진핑에게 직접 압박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지난 2년 동안 압박과 대화를 반복한 결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거의 성공한 것이다.

미·중 양국은 역사적으로 갈등을 갈등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협력으로 해결하길 선호한다. 양국의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면 협력을 위해 매우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아메바와 같이 자유롭게 붙었다 떨어질 수 있는 이유다. 이들은 각자의 전략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미·중관계의 방향키를 잡을 것이다. 이런 항해가 가능한 것은 어떤 여파에도 유연하나 견고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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